만날 때마다 마음이 즐거워지는 사람

필자가 30여 년 동안 단골로 다니는 식당이 있습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에서 멀지 않은 곳에 별로 유명하지도 않고 그리 크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화려한 건물을 자랑하는 식당도 아닙니다. 우리말로 설명하자면 작은 마을 식당이라고나 할까요? 특별하지도 않고 음식이 다른 식당보다 맛이 있어서 그곳을 다니는 것은 아닙니다.

점심때가 되면 교회 인근에서 식사할 만한 다른 식당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말하는 다른 식당이란 한국 음식점을 말합니다. 미국 생활이 한국에서 산 것보다 두 배 이상이나 되었을 정도로 고국을 떠나 이민자로 이곳에서 산지도 40여년의 긴 세월이 지나갔지만 아직도 미국 식사에 익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빵 보다는 밥과 국이 더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두세 번 많이 갈 때는 일주일에 한두 번 번씩 그 식당을 가는 것은 그곳엔 나를 반겨주는 매니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음식 맛보다도 그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 때문에 자주 가게 되는 것입니다. 다른 유명한 식당에서 느끼지 못하는 인간미가 그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종업원 중에 한국인은 없습니다. 모두가 영어보다는 스페니시를 더 잘하는 사람들입니다.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은 6-7명이 됩니다. 그 식당이 특별한 것은 일하시는 분들이 모두 오래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매니저 말고도 30여년 이상 그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이 또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단골로 다니는 식당이지만 아직도 매니저와는 서로의 이름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도 그에게 이름을 묻지 않았고 그도 역시 내게 이름을 묻지 않았습니다. 다만 내가 식당 근처에 있는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인 것은 알고 있습니다. 식당 매니저를 처음 만났을 때만해도 젊고 건강한 청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때의 모습이 사라졌습니다. 허리는 약간 구부정해졌고 머리는 희어졌습니다. 그 분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변함 모습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는 내가 식당에 들어서면 다른 손님이 있거나 말거나 큰 소리로 이렇게 외칩니다. “Hi my boss” 그러면 식당에 있는 모든 손님들이 다 고개를 돌려 나를 주목합니다. 마치 식당에 사장이 나타난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my boss’라는 말을 식당 매니저에게서 30여년을 들어오면서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싫지 않은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식당 매니저의 말이 왜 내게 거부감이 없으며 나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일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른 종업원들은 나에 대하여 그런 인사를 왜 한 번도 하지 않는 것일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가 그런 인사를 다른 종업에게서 받지 못하는 것은 내가 저들의 상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식당 주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잠시도 내가 저들의 상사라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매니저의 인사가 싫지 않은 것은 그 분의 진정성 있는 마음이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가식 없는 따뜻하고 정겨운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많은 대화는 오고 가지 못해도 짧은 한 두 마디의 말이 서로의 마음을 기쁘게 해 주는 것입니다. ‘속담에 가는 말이 고아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이 있듯이 식당 매니저에게 그런 대접을 받다 보니 주변에 많은 다른 식당으로 발걸음이 쉽게 옮겨지지가 않는 겁니다.

30여 년 동안 변함없이 그 식당을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이것이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식당을 나설 때는 내가 먼저 매니저를 향하여 인사를 합니다. “Thank you my boss” 그러면 그는 오른 손을 높이 들고 흔들어 인사에 답합니다. 그 분과 나는 이제 남남이 아닙니다. 서로가 서로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장소에서 만나서 대화를 나누지도 못합니다. 그와 만날 수 있는 곳은 식당에서 매니저와 손님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대도 나의 마음에 늘 식당 매니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길을 오고가다가도 그 분의 얼굴, 행동, 말씨가 생각이 날 때마다 미소 짓게 합니다. 그래서 나는 그 식당을 또 갈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교회를 담임하는 동안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 식당을 가게 될 것입니다. 매니저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나의 발걸음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칼럼을 쓰는 것은 매니저를 통하여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의 겸손한 자세를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식당에 오래된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아니하는 것이 손님을 대하는 매니저의 정성된 자세 때문인 것처럼 교회를 섬기는 목자의 자세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 영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중히 여기는 목자의 모습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3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