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은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2 년 전 어느 주일에 낮 예배를 마치고 2 층 친교실에서 점심 식사가 끝나갈 즈음에 권사님 몇 분이서 둘러 앉아 심각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 대화의 내용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얼굴 표정으로 보아서 매우 심각한 내용의 말이 오고 간 것으로 짐작이 되었습니다.

무슨 내용이기에 둘러앉은 권사님들의 얼굴이 그토록 심각하였을까를 생각하면서 오후 예배를 준비하기 위하여 아래층 예배실을 향하여 계단을 내려오는데 뒤이어 권사님 중에는 나이가 가장 젊은 권사님이 뒤따라 내려오더니 필자를 향하여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목사님은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것이 무엇인 줄 아세요”

갑작스런 질문을 받고서 잠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목회 경험으로 보아서 돌발적인 질문에는 반듯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요즘 권사님의 삶이 힘들어 보이더니 필자가 알지 못하는 어려운 일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묻는 질문에 곧 바로 답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만일 질문하신 권사님이 원하는 답을 드리지 못했다가는 권사님이 힘들어 하는 상처를 더 아프게 건드릴 수 도 있고 더 힘들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묻는 말에 즉시 대답하지 못하고 도리어 권사님을 향하여 그게 뭔데요 하면서 질문하신 권사님이 스스로 말씀하기를 유도한 것입니다.

그랬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마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서럽고 힘든 것은 그 어떤 아픔보다도 과부의 서러움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날 그 자리에서 권사님들이 주고받은 대화의 내용이 무엇인지 짐작이 되었습니다.

어느 권사님은 자신의 건강이 좋지 않아서 탄식하는 말을 하신 것이고 다른 권사님은 자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그 문제로 아픔을 호소하신 것이며 다른 권사님은 고부간의 갈등으로 한탄하신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K 권사님은 30여 년 전 젊은 나이에 교회에 출석하시어 지금까지 변함없이 섬기고 계십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에 남편이 오랜 병상에서 투병하시다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남편 생전에는 생업을 위해서 일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남편의 직업이 비교적 좋은 보수를 받는 직장이었기에 부인은 일을 하지 않고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주부로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며 부족함이 없이 사셨습니다.

그러다가 건강하던 남편이 뜻하지 않은 폐암 선고를 받고 이어지는 수년간의 병원과 가정에서의 길고 지루한 투병 생활로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어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권사님의 기억에서 지금 과부로서 힘들게 살아가는 것보다는 그래도 병든 남편이 곁에 있을 때가 더 좋았던 때인 것을 알기 까지는 많은 세월이 흘러야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이 가진 문제가 가장 크고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며 호소 하셨지만 K 권사님이 연로하신 권사님들의 하소연을 들을 때에 그런 문제는 자신에게 비하면 그렇게 심각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지난 십여 년 동안 남편 없이 철없는 딸을 부양하며 젊은 과부로 힘겹게 살아온 것을 연로하신 권사님들에게 하소연 한들 누가 알아주겠으며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필자에게 그런 말을 하게 된 것입니다. K 권사님에게 그 말을 듣기 전 까지는 이 땅에서 과부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우리가 미처 알 수 없는, 아니 알지 못하는 어려운 삶인 줄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혼자만의 몸도 아니고 다른 두 명의 가족을 돌보며 사셔야만 하는 권사님의 고단한 삶을 생각하면서 정말로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고 계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K 권사님을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한 주간 동안도 얼마나 피곤하게 사셨을까? 몸도 아프고 마음은 또 얼마나 아프셨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하나님이 맡겨주신 하나 뿐인 딸과 외손자의 양육을 책임지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 식구의 생계를 위해서 오늘도 두 일터를 오가며 열심히 일하시는 권사님을 존경합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의 손길이 권사님의 가정에 충만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3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