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은 P K 교회 목사님과 같아야 되는 거야!

10 여 년 전에 필자가 섬기는 교회에서 한 때 중고등부 학생을 담당하셨던 1.5세의 S 목사님이 계셨습니다. S 목사님의 부인은 학교 교사로 슬하에 아들과 딸을 두고 있습니다. 아들은 나면서부터 장애아로 태어나 일반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장애아를 위한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가족이 한 교회에 다니지 못하고 부인과 아들은 장애아를 위한 예배 시설이 있는 교회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S 목사님은 항상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딸과 함께 교회를 오는 것입니다. 딸은 초등학교 1-2학년 생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딸이 활달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교회당 안에서도 조신하지 못하고 이리 저리 기웃 거리며 매사에 참견하기를 좋아합니다. 필자가 사용하는 목자 실에도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듭니다. 다른 아이 같으면 어려워서라도 목사님 방에 들어오길 꺼려하는데 교육목사님의 딸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런 모습을 아버지 목사님은 마땅히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교회에서 어린 딸을 자주 핀잔을 주며 활동에 제재를 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딸과 아버지 목사님이 교회 안에서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다툼이라고 보다는 충돌이라고 할까요? 모르기는 해도 둘의 관계는 교회 안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이미 집안에서부터 벌이진 일로 생각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고는 아버지 목사님이 어린 딸에게 그렇게 큰 소리로 야단을 칠 수가 없었습니다. 필자가 있는 주변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여러 성도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어린 딸을 야단치는 목사님이 한편으로는 안 되었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아빠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했으면 저러실까?

그러면서도 그렇게까지 역정을 내는 것은 과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목사님의 딸이 무리한 행동을 해도 교인 중 누구하나 어린 아이를 미워하거나 야단치는 분은 없었습니다. 어린이는 그러면서 성장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육목사님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목사님의 딸답게 얌전하길 바랐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 목사님이 딸을 훈계하는 큰 소리를 여러 번 교회 안에서 들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은 아빠의 계속되는 꾸지람에 대하여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빠 목사님은 더 큰 소리로 역정을 낼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야단치는 음성으로 보아선 금방 매를 들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그 정도 되었으면 보통 아이라면 기가 죽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딸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향하여 책망하는 아버지 목사님을 향하여 누구도 생각지 못한 충격적인 말을 아버지 얼굴을 향하여 두 눈을 부릅뜨고 토해내고 있었습니다.

[목사님은 평강교회 목사님과 같아야 하는 거야!] 그 말은 목사로서 자격이 미달이 된다는 것입니다. 아버지로서는 그럴 수도 있지만 교회 안에서 목사로서는 아무리 딸이라도 자기에게 그래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과격한 언행, 지나친 분노, 관용과 사랑이 없는 목사라는 말로 들려졌습니다.

어린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말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아버지목사님이나 함께 듣고 있던 교우나 필자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놀라움이었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모두가 할 말을 잃고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아야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아버지 목사님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나서 10여년의 세월이 지나갔지만 지금도 종종 귓전에서 어리아이가 불을 토하듯 쏟아낸 그 말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입니다. 어린 아이에게 그런 감정이 있는지를 몰랐습니다. 그런 표현 능력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이후부터 아이들을 보는 나의 자세가 달라졌습니다.

아이들을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해서는 아니 되는 것입니다. 주님이 말씀하신대로 섬기고 사랑해야 할 대상임을 알게 하신 겁니다. 수년 전 3 명의 딸을 가진 불혹의 나이에 들어선 큰 딸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잘 해 주려고 하다가도 가끔 화를 내고 매를 들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빠는 어떻게 자신들을 길러 주었느냐는 것입니다. 기억하기로는 두 딸과 아들에게 매를 가한 적이 없으며, 너희들이 화를 내지 않도록 잘 자라주어서 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상처가 되는 꾸지람이나 야단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당부의 말을 했습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3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