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에 알을 품은 비둘기를 보셨나요?

남가주에 엘니뇨현상으로 집중 폭우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연일 뉴스를 통하여 발표되고 있기에 하루라도 빨리 지붕공사를 하기 위하여 지난 수개월 동안 업자를 수소문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이유인즉 예배처소로 사용하는 건물의 전체 지붕을 새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인 공사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최근에 지붕 공사를 한 것은 10여 년 전이기에 전체적인 공사가 필요치 아니했고 다만 누수 되는 부분을 공사하길 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업체에서 교회 일에 선뜻 나서지 아니한 것입니다. 그러다가 주변에서 소개 받은 25년 경력의 전문 루핑회사 사장님이 교회를 방문한 것입니다.

남가주의 루핑업계는 지금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일손이 모자랄 정도로 분주합니다. 그로인하여 우리가 원하는 때에 공사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만 금번에 공사를 하신 분은 교회 지붕 상태를 점검하고 나서 폭우를 대비해 신속하게 공사를 하기 위하여 다른 일정을 조종해 가면서 지난 12월 31일과 1월 2일에 걸쳐서 공사를 했습니다.

일을 하시면서 2015년의 마지막 날 일을 교회 일로 마무리하고 2016년의 시작을 교회일로 시작하게 되어 기쁘다고 하셨습니다. 그 인품과 말에 감동이 되어 예사로운 분 같지 않다는 생각에 혹시 교회 장로님이 아니시냐고 물었더니 집사라고 말을 하셨습니다.

지붕공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붕 한 편 구석진 그늘에서 비둘기 둥지가 발견된 것입니다. 제비집 보다 조금 큰 것으로 나뭇가지로 엮어진 둥지였습니다. 그 안에는 평생처음 보는 백색의 아름다운 비둘기 알이 있었습니다. 어미 비둘기가 알을 품고 있다가 갑작스런 인기척에 놀라 달아난 것입니다.

일하는 인부들이 그 상황을 현장에서 함께 일하던 사장에게 보고했고 사장은 이를 확인한 후 일을 중단시키고 필자에게 다가와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목사님! 오늘은 일을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습니다. 비둘기가 둥지를 틀고 있기에 그 상태로 일을 진행하면 둥지에 있는 비둘기 알이 죽어버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붕 공사에 사용되는 재료가 고무로 된 재질이어서 그것을 강한 불로 열을 가한 후 덮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두 시간만 더 하면 일이 마무리 되는데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니 그런 말을 듣는 저로서는 황당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수일 후부터 남가주에 큰 폭우가 온다는 예보가 있기에 하루라도 빨리 공사를 마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10여일이 지나면 비둘기가 부화하여 날아갈 것이기 때문에 2주일 후에 다시 와서 미진한 부분의 공사를 마무리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일하는 사람이 사장까지 4 명이었습니다. 한 두 시간이면 마무리 할 수 있는 일을 비둘기 알 때문에 중단하고 2주후에 다시 오면 루핑회사로서도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님은 그런 결정을 한 것입니다.

나는 그 결정을 보고 받고서 작은 생명 하나에게까지 세심한 관심과 사랑을 베푸는 것에 대하여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만일 일하는 분들이 둥지의 비둘기 알을 발견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그것을 발견했다면 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것을 발로 걷어 차 버렸거나 아니면 빗자루로 쓸어 담아 쓰레기통에 버렸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서 수치스러움과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그 동안 비둘기로 인한 어려움을 당해 왔었습니다. 교회당 지붕은 비둘기들의 집합장소였습니다. 그로 인하여 생겨나는 쓰레기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더운 여름철에는 열려진 교회당 2층 창문을 통하여 숨어든 비둘기로 인하여 소란을 피운 일도 몇 차례 있었습니다.

하찮은 작은 생명까지도 함부로 대하지 아니하고 깊은 배려를 베푸시는 루핑회사 사장님께 머리가 숙어지는 것입니다. 그로인하여 시간적 물질적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시는 K 사장님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3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