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 나쁜 놈, 나쁜 자식”

지금으로부터 5년이 전인 어느 날의 일이었습니다. 섬기는 교회의 집사님 가정에 장례식이 있었습니다. 장례식장에 집례를 위해 정한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해서 앞자리 긴 의자에 유가족들과 같이 앉아 고인을 생각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장례식장 안은 늘 그러하듯이 고요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여인의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필자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여인이 피눈물을 토하면서 큰 목청을 높여 “나쁜 사람, 나쁜 사람, 나쁜 사람”을 계속 5분여 동안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이러다가 점점 격한 감정을 더하면서 “나쁜 놈, 나쁜 놈”을 5분여 동안 수 십 차례 토해내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 여인을 이토록 아프게 했을까? 얼마나 억울하면 저렇게 몸부림치며 눈물로 부르짖을 수 있을까? 누가 이 여인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단 말인가?
나쁜 사람이 변하여 나쁜 놈으로 변하더니, 다시 나쁜 놈이 변하여 나쁜 자식이 되었습니다. “나쁜 자식, 나쁜 자식, 나쁜 자식…” 5분여 동안 목청껏 찢어져라 부르짖는 여인의 절규는 장례식장을 가득 메운 조객들 모두를 울리고 말았습니다.

“나쁜 사람, 나쁜 놈, 나쁜 자식”을 말할 때까지도 누구를 향하여 그런 원망을 하는지 몰랐습니다. 20여분 동안 “나쁜 사람, 나쁜 놈, 나쁜 자식”을 반복해서 부르짖다가 이어서 하는 말이 “나는 어떻게 살라고, 우리는 어떻게 살라고”하는 말에서 나쁜 사람의 실체가 누구임을 알게 된 것입니다. 여인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고 간 나쁜 사람은 다름 아닌 그토록 사랑하던 아들이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도 아름답고 건강하며 곧게 자라준 12살 된 하나 뿐인 아들 Terry 였습니다.

희귀 난치병으로 1년여 동안 투병하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30년 가까이 교회를 담임하면서 가장 마음에 남는 아픔의 순간이었습니다. “아빠, 내가 먼저 천국에 가면 어떻게 할거야.” 세상을 떠나기 전 병상에서 남긴 말이 늘 우리의 곁에 남아서 앞서간 그를 생각하게 합니다.

출처: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14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