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기도 응답 받았어요!”

1980년 7월과 8월, 목사안수를 앞두고 팜데일기도원에서 40일 금식기도를 하고 있을 때였다. 생전 처음 뵙는 노년의 박대희 목사 내외분이 필자가 머문 33호실 맞은 편 건너 방에 거하시면서 일주일간 금식기도를 하셨다. 팜데일은 지대가 높은 사막에 있어 여름이면 몹시 더운 곳이다.

지금은 크리스찬투데이 발행인이신 서종천 목사님(당시는 전도사)도 그 때 기도원에서 함께 금식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같은 처마 밑에서 기도 하는 동안 여러 번 대화의 시간을 갖게 됐다. 대부분 금식기도원에 올라오시는 분들이 당면한 육신의 문제로 오는데 반하여 박 목사님은 다르셨다. 은퇴를 얼마 남기지 아니하시고 지난 40년 동안 교회를 섬기시면서 늘 마음에 부족하셨던 것을 채움 받고자 오셨다고 하셨다.

당시의 박 목사님은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에 거목과 같은 분이셨다. 그런 성공한 목사님이 어린 저희들을 향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뜨거운 기도의 체험과 성령의 은사를 받고 싶어 왔다. 은퇴하면 이런 시간을 갖지 못할 것 같아서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결심으로 왔다”

그런데 일주일 동안 부르짖어도 응답을 받지 못하신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날 이른 새벽에 제 방을 두드리셨다. “이전도사 나 박 목사인데 오늘 새벽에 응답 받았어요!”

문을 열자 기뻐하시며 이런 간증을 하셨다. “기도하는데 비몽사몽간에 예수님이 나타나시어 네가 평생 소원하던 것이 이것이니 받으라고 하시면서 손을 내밀었습니다. 주님께서 응답을 직접 주시리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너무도 놀랍고 기뻐 받은 선물을 펴 보는 순간, 실망을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주신 선물은 녹이 슬어 휘어지고 토막 나 공사판에 버려진 몇 개의 쓰지 못하는 못이었습니다.

내가 원한 것이 이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내가 원하는 것은 순복음교회 C목사님처럼 기도할 때에 신유가 나타나는 것이며, 내가 설교할 때에 아멘 할렐루야 소리로 화답 받는 것이며, 능력 있는 설교자가 되기 위한 말씀의 권능입니다.

그때 예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그동안 구한 것이 바로 이것들이다. 이미 너는 복을 받았느니라! 네가 구하던 것들은 지금까지 전하고 설교한 내용들에 비하면 다 이처럼 쓸모없는 것들이다’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잘못 구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주님을 만난 기쁨이 크게 교차하면서 마음속에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충만한 기쁨이 임했습니다”

하산 하시는 박 목사님을 배웅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필자도 금식을 하는 이유가 은혜를 사모했기 때문이다. 정확이 말하자면 능력을 받기 원해서였다. 나의 실력과 노력이 아닌, 그 어떤 보이지 아니하는 부흥사들처럼 능력을 나타내는 전도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내 기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비록 내가 방언을 못해도, 신유 은사를 나타내지 못해도, 이런 목사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첫째로, 있으나 마나 한 목사가 되지 않게 해 주시길 기도했다. 비록 유명하지는 않아도 사람과 하나님 앞에 인정받는 종이 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내가 사는 동안 복음만 전하며 살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세상일 하지 아니하고 교회만 섬기며 살게 해 달라고 기도를 했다. 금식 기도를 마친 이후 지난 31년 동안 다른 직장 가지지 아니하고 교회만을 섬기면서 살게 하셨다. 기도원에서 헤어진 이후 한 번도 뵙지 못한 박 목사님을 언제 다시 뵈올지 그 날을 기대해본다.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18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