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특별한 연말잔치

C 목사님의 교인 L 권사님이 담임목사님을 섬기는 심정으로 평소 담임목사님의 친구목사님들을 대접하신 것입니다

묵은해를 보내는 송년의 달 12 월 18일에 LA지역에서 목회하시는 동역자 목사님 12 가정의 부부들이 좋은 식당에 초대 받아 특별한 점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임의 동기는 H 교회를 담임하시는 C 목사님의 교인 L 권사님이 담임목사님을 섬기는 심정으로 평소 담임목사님의 친구목사님들을 대접하신 것입니다. 모르긴 해도 우리를 초청하신 친구 목사님이 권사님으로부터 이런 제의를 받으셨을 때 쉽게 응하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C 목사님의 성품으로 보아 반복해서 거절하셨을 것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 두 명도 아니고 20여 분의 식사비를 한 사람이 담당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권사님에게 권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의무도 부담도 느낄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임 목사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런 큰 잔치를 마련한 것입니다.

더욱 특별하게 생각이 되는 것은 그 동안의 경험으로 보아서 대접을 하시는 분이 함께 자리 하면서 덕담을 나누게 되는데 L 권사님은 그렇지 않으셨습니다. 모인 장소에 잠시 나타나 초대에 응해주신 여러 목사님들께 감사의인사를 정중하게 하신 후 필자가 대표로 축복을 마치자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시는 것이었습니다.

필자는 L 권사님을 특별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목회를 해 오면서 이런 대접을 처음 받아 보았기 때문입니다. 권사님이 떠나고 나서 필자는 곧바로 친구 목사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L 권사님이 어떤 분이신가요? 부자이신가요? 어떤 사업을 하시는지요?“ 예사로운 분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나의 기대는 어긋난 것이었습니다. 부자이기 때문에 잔치를 마련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별로 여유있는 생활을 하시지 못하시는 분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에 부끄러움이 생겼습니다. 권사님에게 분에 넘치는 초대를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평소에 알고 지내는 사이도 아닙니다. 보기 드문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친구목사님이 목회를 잘하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말로 이 시대에 아름다운 믿음의 성도를 만난 것 같아서 얼마나 기뻤던지 주님께 감사의 기도와 함께 권사님의 가정과 자녀 사업을 위해서 간절한 기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감동은 그것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목사님들을 향하여 C 목사님이 예쁜 성탄카드를 한 장씩 나누어 주셨습니다. L 권사님이 가시면서 남기고 가신 것이라고 하시면서 정성스럽게 예쁜 글씨로 쓰여진 목사님들의 이름을 불러가면서 나누어 주셨습니다. 대접을 받는 우리는 권사님의 이름을 몰랐지만 대접하시는 권사님은 초대에 응하신 모든 목사님들의 이름을 다 알고 계셨던 것입니다. 이번 잔치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오래전부터 기도하며 준비해 오신 잔치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간의 교차로에서 기분 좋은 잔치에 초대받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이민 교회가 날이 갈수록 어렵고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우리 주위에 이렇게 아름다운 믿음의 성도들이 있는한 소망이 있습니다. 교회마다 사랑이 넘쳐날 것을 기대해 봅니다.

섬김의 본을 보여주신 L 권사님과 아름다운 목양을 이루어 가시는 존경하는 동역자 C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1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