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털 모자를 쓰신 권사님

로스앤젤레스 한인 타운에서 교회를 설립하고 2-3 년이 지났을 때 60이 넘으신 할머니 한분이 교회를 찾아 오셨습니다. 몇 개월 동안 아무 말 없이 교회를 다니시다가 어느 날 심방을 했을 때 교회출석 동기를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이 고향이신 할머니는 한국전쟁으로 고향을 떠나 실향민으로 서울에서 사시다가 1970년 초 미국에 유학을 온 아들의 초청으로 이민을 오셨습니다. 교회에 대한 기억은 어린 시절 잠시 교회에 다녔던 기억이 전부였습니다. 그 동안 교회를 멀리하며 하나님을 잊은 채살아온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에 꿈을 꾸었습니다. 일상적인 꿈은 잠에서 깨어나면 쉽게 잃어버립니다. 그런데 그 날의 꿈은 시간이 가도 생생한 것입니다. 꿈인데도 생시보다 더 분명하고 더 실감 있게 느껴졌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 천국에 들어갔습니다. 제일 먼저 안내 받아 간 곳은 주님 앞이었습니다. 예수님은 할머니에게 “사랑하는 딸아 그 동안 수고 많았다”고 하시면서 친히 할머니의 머리에 개털모자를 씌어주셨습니다. 그것을 받는 순간 너무 좋아서 무어라 표현할수 없는 기쁨이 샘솟았습니다. 할머니는 예수님을 위하여 세상에 사는 동안 한 일이 아무것도 없는데 그런 자신에게 분에 넘치는 대접과 상을 주신 것이 너무 기뻤습니다. 만왕의 왕이시며 천국의 주인이신 예수님이 친히 자신을 기억해 주시고 초청해 주실 뿐 아니라 손수 머리에 개털모자를 씌워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쁨은 잠시였습니다. 예수님께 개털 모자를 받아쓰고 주님의 곁을 떠나 천국의 아름다운 황금 길을 걸어갈 때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 머리에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할머니의 모자와 같은 모자를 쓴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모두가 다 빛나는 면류관을 쓰고 있었습니다. 모자를 쓰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가 만나는 사람마다 빛나는 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자기 머리에 쓴 모자가 자랑스러운 모자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할머니의 머리에 쓴 개털모자를 보면서 조롱하는 사람도, 비난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그 때부터 시작된 교회 생활은 세상을 떠나시기 까지 변하지 않으셨습니다. 세례를 받으시고 집사로 직분을 감당하시다가 마지막에는 시무 권사로 10여년을 충성스럽게 섬기시다가 십수년전에 주님의 부르심을받으셨습니다.

C 권사님의 이야기는 이것이 다가 아닙니다. 집사 직분을 받으시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어느 날 필자에게 전화를 하셨습니다. 심방을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심방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났을 때 옷장에서 두 겹의 예쁜 보자기에 싼 물건을 건네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물으니 한국에 두고 온 땅 문서라고 하셨습니다. 찬송가 반권 분량의 일산과 금촌 일대의 땅 문서였습니다.

그로부터 2 주일 후 아들이 교회를 찾아왔습니다. 어머니가 드린 땅 문서를 되돌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긴급당회가 소집 되었습니다. 결국 당회의 결의로 문서를 돌려주었습니다. 아직도 그 때의 아쉬움이 남아 있습니다. 어쩌면 C 권사님의 개털 모자를 바꿔 쓰실 기회를 교회가 지켜주지 못한 것 같은 생각 때문입니다.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1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