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마음에 살아있는 성도
세월이 갈수록 기억이 새로워지는 집사님 가정이 있습니다. 교회를 설립하고 두 해가 지났을 때 P가정 집사님 가정을 만났습니다. 그로부터 30여년의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남편은 직장을 다니고 계셨고 부인 집사님은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부인 집사님이 교회에 내신 십일조 헌금은 교회 전체 헌금의 1/3을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3년 동안 무명으로 헌금을 바쳤기에 남편은 부인이 십일조를 바치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부인 집사님이 심각한 얼굴로 저에게 상담을 요청한 것입니다. 교회에 바치는 헌금 문제로 남편과 심각한 싸움을 했다는 것입니다. 십일조를 중단하지 않으면 교회 출석을 금하겠다는 말했다고 합니다. 이럴 줄 알고 그동안 남편에겐 비밀로 해왔었지만, 하나님께 바치는 헌금 문제 만큼은 양보할 수 없기에 지혜롭게 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상담 요청을 해온 것입니다.
당시 집사님의 표정으로는 제가 집사님 남편에게 하나님께 바치는 헌금의 의무와 축복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권면해주길 바라는 눈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십일조는 성도의 당연한 의무이기에 어떤 유혹과 시험이 있더라도 중단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길 바라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이런 상담은 처음 당해본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습니다. 순간 묵상으로 주님께 기도를 했습니다. 주님 도와주세요, 이런 때에 주님이시라면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교회를 위해서라면 당연히 십일조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권면을 해야 할 형편이었기 때문에 고민은 더욱 깊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권면을 드렸습니다. “집사님 우선 남편의 뜻을 따르십시오, 모든 경제권을 이양하시고 남편을 위해, 가정의 일치와 평화를 위해 노력하세요” 그 다음주부터 그 집사님 가정에서 바쳐지는 십일조는 중단되었습니다. 그것뿐 아니라 몇 개월이 지난 후 그 집사님 가정은 교회를 떠났습니다. 실패한 상담 때문이었습니다.
그 집사님에 대한 기억은 그것뿐이 아니었습니다. 어느날 예배를 마치고 나서 2천달러가 든 봉투를 주셨습니다. 그것으로 성지순례를 다녀오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성지순례가 보편화되어서 많은 분들이 다녀오지만, 30년전만 해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본인도 가보지 못한 것을 설교하시는 목사님이 다녀와야 자신들도 은혜를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돈은 지난 6개월간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손님들에게 받은 팁을 모은 것이었습니다. 뜻밖에 귀한 선물을 받고서, 교회에 광고를 하고 그 돈은 성지순례 헌금으로 교회에 적립했다가, 이후로 17년이 지나 교회설립 20주년을 기념하여 그 집사님 뜻대로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그뿐 아니라, 그 집사님 부부가 교회를 떠나시고, 십수년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교회가 재정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있었는데, 그때 큰 용기를 내어 그 집사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제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그 집사님은 교회가 필요한 돈을 선뜻 허락해주셨고, 오히려 잊지않고 연락주어서 감사하다는 말까지 하셨습니다.
지금도 그 분 가정이 기억에 크게 남습니다. 목회자의 마음에 기억이 되는 집사님 가정을, 우리 주님도 기억하고 계심을 믿습니다.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15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