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홈 리스를 위한 기도 감사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주변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걸인을 향하여 간절하게 기도해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당 뒷마당에 지난 3 개월 동안 홈리스가 잠자리를 만들고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낮에는 다른 곳으로 돌아다니다가 밤만 되면 그곳에 이부자리를 깔고 잠을 자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보기에도 좋지 않았고 청결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매 주일 새벽기도회를 마치면 여전도회 회원들은 예배 후 성도의 교제를 위한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두 분 장로님과 저는 교회당 밖을 청소 했습니다. 건물 앞은 김 장로님이 담당하시고 뒤편은 이 장로님과 필자가 청소해 왔습니다.

교회 뒤편에는 나무가 있어서 늘 나무 잎이 떨어지기에 청소를 하는데 홈리스가 그곳에서 잠을 자는 동안은 청소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처음 두서너 주는 잠을 자고 있는 주변을 큰 갈퀴를 들고 어두운 새벽을 후레쉬 불을 밝혀 가면서 청소 했습니다. 걸인이 잠에서 깨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 우리 일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홈리스를 무시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약간은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불결해 보이는 걸인의 소유물을 치워버리고 싶은 생각이 몇 번 있었습니다. 더럽고 냄새나는 것이어서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려고 했던 것입니다.

어떤 날은 걸인에게 다가가 여기는 교회당 뒤 마당이니 이곳을 떠나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참고 참았습니다. 그런 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주님이 나의 생각과 행동을 보신다면 어떻게 생각하실까? 하는 생각에 뒤돌아서곤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걸인의 짐이 늘어가고 혼자만 아니라 또 다른 홈리스가 늘어나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그러나 좋은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10여 일 전부터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하나님 교회 당 뒤 마당에서 잠자는 걸인에게 은혜 주시기를 원합니다. 더 좋은 환경과 장소를 허락하셔서 하루 속히 다른 장소로 옮겨 가게 해 달라고 기도를 시작한 후 그 주간에 수요 예배에 참석한 교인들에게 걸인을 위하여 기도하고 있는데 함께 동참해 주기를 요청했습니다. 생각 같아선 걸인이 쉽게 떠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 졌습니다. 주일 새벽 기도를 위하여 이른 새벽에 교회당에 도착하니 그 시간에 건물 뒷마당에서 잠을 자는 걸인이 걸어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먼발치서 몇 번 보기는 했어도 정면으로 만나서 대화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아직 어둠이 덮여 있는 새벽이기에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에게 다가가 나의 신분을 밝혔습니다. 신체가 건장하고 키도 나보다 큰 거구의 몸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오래 동안 지켜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건물 뒤편 숙소를 정한 곳의 주변을 청결하게 해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 했습니다. 그 말 밖에 하지 않았는데 걸인은 허리를 굽히고 공손하게 경어를 써 가면서 이렇게 말 했습니다. 오늘 하루 만 이곳에서 잠을 잔 후 다른 장소로 옮겨 가겠다는 것입니다. 그 말은 내가 부탁해야 하는데 걸인이 한 것입니다. 헤어지고 나서 새벽 예배를 마치고 집에 갔다가 다시 오전 9시 반에 교회당에 도착을 하고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루 밤 더 교회당 뒤 마당에서 잠을 잔 후 떠나겠다고 했는데 서너 시간 만에 자취를 감추고 만 것입니다.

그 동안 걸인이 모아 생활하던 물건은 혼자서 옮기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는데 흔적도 없이 주변을 청결하게 하고 떠난 것입니다. 하나님이 기도에 응답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기도한 대로 더 좋은 장소를 예비하시고 옮겨가게 하신 것입니다. 즉시 기도응답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뜨거운 감사 기도를 드렸고 걸인의 영혼을 위해서도 기도하였습니다. 기도하지 아니하고 다른 방법으로 걸인에게 다가갔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주님은 요 14장 13절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무엇을 구하든지 내가 시행하리니 이는 아버지로 하여금 아들을 인하여 영광을 얻으시게 하려 함이라”

이상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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