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눈물을 선물한 어린 손녀
지난 해 연말 알라스카에 살고 있는 둘째 딸 가족이 2주간 동안의 휴가를 마치고 돌아가는 날이었습니다. 출발 시간이 다가오자 딸과 사위는 돌아갈 준비를 위해서 짐 가방을 챙기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밝고 잘 놀았던 세 명의 손자·녀 중 막내인 5살짜리 손녀의 얼굴에 수심이 쌓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영문을 알지 못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딸에게 살며시 그 이유를 살며시 물어야만 했습니다. 이곳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기가 싫어서라는 것이었습니다. 별다른 생각이 없이 아마도 추운 곳에서 살다가 왔기에 따뜻한 캘리포니아의 날씨 때문에 그런 줄로만 알았던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런 행동을 보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잘 놀다가도 가족이 밖으로 나갈 때는 먼저 달려 나가던 손녀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 반대였던 것입니다. 자동차에 짐 가방을 하나 둘 싣기 시작하자 결국 어린 손녀는 소리 내어 울기를 시작한 것입니다. 엄마 아빠에게는 언니와 오빠가 있으니까 자기는 이곳에 남아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랑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만 남기고 어떻게 가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줄 몰랐던 것입니다. 예상치 못한 뜻밖의 일이었습니다. 다른 손자·녀들에 비하여 특별히 잘 해 준 것도 없었고 더구나 두세 살 위인 언니나 오빠가 그런 행동을 했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5살 밖에 되지 아니하는 어린 막내 손녀가 언니 오빠도 생각지 못한 할아버지 할머니를 그토록 생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놀라움과 함께 깊은 감동으로 우리 내외를 가슴 뭉클하게 한 것입니다. 그럴 줄 알았다면 평소에 더 살갑게 대해주고 더 잘 해주었을 것을 하는 마음이 스쳐가기도 했던 것입니다.
딸과 언니 오빠가 울고 있는 어린 동생을 향하여 그래서는 안 된다며 이렇게 권하고 있었습니다. 3살 위인 언니가 먼저 말하길 “네가 이곳에서 할아버지와 살면 오래지 않아서 너는 뚱보가 될 거야! 왜인지 알아? 할아버지 할머니가 네가 먹고 싶다고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네 몸 생각은 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다 사다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도 좋겠느냐고 다짐을 하지만 어린 손녀는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딸이 말을 했습니다. 이번에 올라가면 네가 유치원에도 가야하고 엄마 아빠가 너를 두고 가면 너무 보고 싶어서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자, 엄마 아빠에게는 언니 오빠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오늘은 가족과 함께 갔다가 여름방학이 되면 다시 보낼 터이니 가자고 권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어린 손녀는 이렇게 대답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여기에서 있다가 여름 방학이 되면 엄마 아빠 언니 오빠를 보러 올라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엄마가 말하길 그러면 이번 여름 방학에 할아버지 할머니를 알라스카에 오시게 하겠다고 타협을 하지만 소용이 없었던 것입니다. 온 가족이 어린 손녀를 향하여 달래도 보고 설득도 했지만 조금도 달라지는 것이 없었습니다.
결국 자동차를 타고 집을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울고 있는 손녀를 강제로 차에 태울 때에 어린 손녀는 몸부림을 치며 큰 소리로 통곡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어린 손녀가 그토록 서럽게 우는 모습을 처음 보아야 했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우리도 울어야 했고 다른 가족들의 눈시울도 붉어지게 만들고 말았던 것입니다. 차가 멀리 떠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우리 내외는 자리에 선채로 뜨거운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이 무엇임을 생각하게 한 것입니다. 자손이 하나님의 크신 축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세상 어느 누가 우리를 향하여 그토록 서럽게 울어줄 사람이 있단 말인가? 세상 어느 누가 우리의 고독하고 외로운 삶에 대해서 저렇게 마음 아파하고 염려하며 근심하여 돕기를 자원한단 말인가? 우리는 생각하길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자녀들이 부모에게 대하여 무관심한 것에 서운함을 가진다는 말을 가끔씩 듣고 있는데, 한 치 건너 두 치라고 우리도 미처 생각지 못하는 어린 손녀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그토록 사랑하는 것을 보고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믿음의 사람들에게 주시는 은혜의 선물 가운데 하나인 자손의 복이 이렇게 아름답고 귀한 것임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 건강하고 지혜로우며 착한 성품을 손자·녀들에게 허락하신 축복의 하나님을 높이 찬양합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2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