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40주년을 기념하면서!
5월10일은 결혼 40주년 기념일이다. 로스앤젤레스 중심에 있는 동양선교회당에서 1975년에 임동선 목사님의 주례로 결혼을 한 것이다. 주례 목사님과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약속한 것이 있었다. 결혼기념 10주기를 단위로 매10년 마다 주례 목사님을 모시고 식사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
미국에 온지 2년이 채 되지 아니했기에 당시의 형편으로 결혼식을 치를 마음의 여유도 없었지만 결혼식 비용도 걱정이 되었던 것이었다. 그런 사정을 아시는 임동선 목사님과 사모님이 강권하시어 결혼식 준비를 해 주시므로 식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지금서 생각하니 주례 목사님에게 사례비도 드리지 못했고, 교회 앞에 변변한 감사헌금도 드리지 못한 일이 부끄러움으로 기억이 되는 것이다.
그 은혜를 잊지 못하는 마음에 처음 10주년 기념 때에는 기억을 살려서 주례 목사님과 사모님을 식당으로 초대해 감사의 자리를 마련했었다. 그러나 이후 지금까지 그 때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90이 넘으신 주례 목사님이 아직도 생존해 계신데 나의 게으름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니 참으로 세월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때는 생각지도 못한 먼 훗날의 일이 벌써 눈앞에 40주년을 맞이하다니, 앞만 보고 달려온 그 동안의 이민 목회자의 길을 돌아보니 지난 세월이 정말로 꿈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기념일에 대한 추억이 내게는 별로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까지 결혼기념일 행사를 가져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집 사람에게 정말로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수일 전 집 사람의 몇 안 되는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받고나서 전화 받은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친구가 금번에 결혼 40주년 기념으로 부부가 한국 여행을 가는데 자녀들이 경비를 부담해 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친구는 매년 결혼기념일 마다 여행을 한다는 것이었다. 별 생각 없이 하는 말이었지만 나에게는 화살처럼 날아와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민교회 목회자로 살아오면서 아내에게 해 준 것이 너무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집 사람을 처음 만난 것은 어린 시절이었다. 같은 지역에 살면서 친구로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청년시절에 불치병에 걸려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다가 하나님의 은혜로 미국으로 치료를 받으러 오게 되었던 것이다. 73년부터 74년까지 UCLA대학병원 혈액학 주임교수 Dr. Nicolas Costea 로부터 치료를 받고 완치 진단을 받은 후, 당시 Los Angeles 시장 Tom Bradley의 도움으로 집사람이 미국에 들어오게 되었던 것이다.
당시 내가 소유한 비자는 방문 비자였기에 친구를 초청할 수가 없었는데 Bradley 시장이 당시 주한 미국 대사에게 친서를 보내어 이 군의 친구를 미국에 보내 줄 것을 요청해서 오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집 사람이 미국에 온지 두 달 만에 결혼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결혼 후 1 년 만에 현재 39살인 첫 딸을 낳았고 뒤이어 37살의 둘째 딸을 낳았으며 둘째로부터 10년 후 셋째인 아들을 낳은 것이다. 두 딸들은 지금 각각 3명의 자녀들을 가지고 있으며 아들은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결혼 기념 40주년을 돌아보니 하나님께 받은 은혜가 너무 커 만입으로도 다 감사치 못할 정도가 된 것이다. 한 가지 안쓰러운 것은 이제는 집 사람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도 있고 함께 여행을 할 수도 있는 여유가 생겼지만 집 사람의 건강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 때문이다. 집 사람은 그 동안 몇 번의 생사의 위기를 벗어나 이제는 놀라울 정도로 건강해졌다.
하지만 아직 집을 떠나는 여행을 할 정도는 되지 아니하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말을 해 보았다. 여보! 한국에 가본지가 너무 오래지 않았소! 이 정도의 건강이면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번 가을에는 고국의 가족들을 만나러 가지 않겠소! 아내는 이렇게 말을 했다. “아직은 자신이 없어요” 마음은 간절하지만 그렇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 말을 하는 부인을 향하여 입으로는 말하지 못했지만 마음으로 이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여보! 아무래도 좋으니 지금처럼 매일 더 건강하여 내년 기념일에는 그 동안 못한 결혼기념 여행을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는 멋진 여행을 해 봅시다”
이상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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