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교회가 내 머리카락 다 뽑아갔습니다
필자보다는 나이가 10여살 아래이지만 믿음의 동역자로서 같은 지역에서 목회하는 친구 목사로 근 30여 년째 교제를 나누고 있는 C 목사님이 계십니다. 목회 경력이 필자보다는 적지만 주변의 많은 목회자 중에 C 목사님을 특별히 아끼고 존경하는 것은 주님을 중심으로 사랑하는 목사님이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같은 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목사를 가장 잘 아는 사람도 성도가 아닙니다. 같은 교회를 섬기는 교인보다도 그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님을 잘 아는 것은 주변의 목사님들입니다. C 목사님은 같은 지역에서 같은 교단을 섬기는 목사님이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 까지도 속속들이 알고 있습니다. C 목사님은 목사 중 목사이십니다. 누가 뭐래도 이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참 목사님이십니다. 목사님은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정직하십니다. 정결하십니다. 순수하십니다. 진실하십니다. 겸손하십니다. 섬기길 좋아하십니다.
목회자로서 조금의 흠도 티도 없으신 반듯한 목사님이십니다. 자기를 희생할 줄 아시는 목사님이십니다. 목사님 중에는 말과 행동이 다른 분들이 있습니다. 자신이 섬기는 교회에서는 인정받지만 목사 세계에선 인정받지 못하는 목사님도 있습니다. 이름과 명성이 크게 알려졌지만 정작 목사님들의 울타리 안에선 인정받지 못하는 목사도 있습니다.
그런데 C 목사님은 필자만 좋아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단 내 모든 목사님들이 존경합니다. 주변에 이런 목사님이 계심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목사님을 만나거나 전화로 인사를 주고받기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C 목사님은 목사님 중에서는 으뜸이라고 할 정도로 머리에 광채를 발하는 목사님입니다.
얼마 전 카톡으로 청년시절의 오래된 흑백 사진을 보내주셨습니다. 사진에 나타난 C 목사님의 모습은 지금의 모습과 너무나 달랐습니다. 사진을 받고나서 곧 바로 전화 했습니다. 목사님도 그런 시절이 있으셨군요! 그런데 그렇게 많으셨던 머리카락을 누가 다 뽑아 갔습니까? 웃으면서 웃고자 말했습니다. 그러자 C 목사님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민 교회가 내 머리를 다 뽑아갔습니다. 말 하시는 친구 목사님도 호탕하고 웃었고 듣는 필자도 함께 웃었지만 그러나 그 웃음 속에는 우리만이 아는 이민교회 목회를 경험한 목사들만이 느끼는 아픔이 간직되어 있었습니다.
이민 목회자에게 나타나는 현상이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나이에 비해 흰머리가 너무 빨리 찾아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머리카락이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보다 쉽게 그리고 많이 빠진다는 것입니다. 이민목회자의 건강이 어찌 머리카락뿐이겠습니까? 목사님들 중에는 병이 없는 분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심신이 매우 지쳐 계신 분들이 주변에 너무 많습니다. 목사님뿐 아니라 사모님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필자의 선배 목사님 중 한 분은 다우니 지역에서 40년 가까이 S 교회를 섬기고 있는데 20여 년 전에 어느 모임에서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어느 주일에 교회에서 설교하다가 교인들을 향하여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내 주변머리와 속알머리 앞머리와 뒷 머리카락이 여러분들 때문에 다 빠졌는데 변상하라고 한 것입니다” C 목사님은 30여 년 전에 이민 와서 어려운 과정의 공부를 마치고 목회자의 길에 들어서서 23년 전에 지금의 H 교회를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 설립했습니다. 그러던 중 11년 전에 지금의 교회당을 하나님의 은혜로 구입했지만 당시의 감동과 감격은 잠시였습니다. 10여 년 동안의 셋방살이 교회에서 그토록 원하던 예배처소를 구입케 하셨을 때는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지난 11년 동안은 너무 무거운 짐이 되었던 것입니다. 교회 재정이 교회를 너무 힘들고 지치게 했습니다. 매월 건물 페이먼트 및 관리비로만 약 4천 달러의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작은 이민교회 살림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들었던 것입니다. 필자도 한 때는 교회당을 구입하고서 같은 어려움을 경험했었기에 그 느낌을 충분히 이해하고 알 수가 있었습니다. C 목사님 힘내세요! 주님이 계시잖아요! 좋은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게 해주시기에 가까운 시일에 머리의 광채 이상으로 빛나는 목사님의 미래가 다가올 것입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2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