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에서 신발을 벗고 설교하는 이유

얼마 전 교회에서 함께 사역하시는 P 목사님이 오후 예배시 강단에서 필자에게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목사님은 설교하실 때 왜 신발을 벗으시고 설교하시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누구도 그런 질문을 내게 한 적이 없었습니다. 질문을 받고 생각해 보니 설교할 때 신발을 벗고 설교한지가 햇수로는 25-26년 이상 되었습니다.

필자가 설교시 신발을 벗은 것을 장로님들과 동역자만이 아는 것은 설교하기 위하여 강단에 설 때 교인들은 나의 발을 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낮 예배는 위 강단에서 설교를 하고 오후 예배나, 수요예배, 그리고 금요 기도회 때에는 아래 강단에서 설교를 하는데 교인들과 거리가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나무로 만들어진 강단이 앞을 가려 나의 발을 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 질문을 받고서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예배 때 마다 신발을 벗고 설교하는 것에 대하여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신발을 벗고 설교를 시작한 것은 1989년 성지를 여행하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이집트에서 시작하여 출애굽 여정을 따라 시내산 정상을 오르고 나서 산 아래 호렙산에 있는 모세의 우물과 그 옆에 있는 떨기나무를 방문했었습니다. 처음 성지를 방문 했을 때만해도 떨기나무 잎을 손으로 만져 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그 잎 10여개를 따 가지고 와 교회 앞에 공개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15년 전에 두 번째 성지를 방문했을 때는 그 떨기나무에 가까이 접근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닭장을 치듯 사람의 손이 닿을 수 없도록 떨기나무에 울타리를 둘렀던 것입니다. 첫 번 여행 때 안내자는 떨기나무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 했습니다. 지구상에서 이 나무가 존재하는 곳은 그곳뿐이라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떨기나무만을 남겨두신 이유는 이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과 모세의 만남을 기념케 하시기 위함일 것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출애굽기 3장에서 하나님이 모세를 부르실 때에 그 떨기나무에 불이 붙었으나 사라지지 아니하는지라 모세가 어찌하여 떨기나무가 타지 아니하는가 하고 이상히 여길 때 “하나님께서 떨기나무 가운데서 그를 불러 가라사대 모세야 모세야 하시매 그가 가로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이리로 가까이하지 말라 너의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고 하셨습니다. 광야 40년의 도피 생활 중 지칠 대로 지쳐 있었던 모세를 부르신 것입니다.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모세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존귀하게 쓰임 받는 종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성지를 여행할 때마다 받는 은혜와 감동이 너무나 많습니다. 함께 여행하는 일행 중에는 이 비싼 돈 들여서 이 고생을 하러 왔는가라고 원망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성지여행은 관광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나타나심을 확인하는 여행입니다. 주님의 사역의 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정말로 감동의 연속이며 큰 은혜가 아닐 수 없는 것은 성지 여행을 통하여 기독교가 역사적인 종교임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성지를 처음 다녀와서 강단에 설 때마다 광야에서 모세를 부르셨던 하나님의 음성이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때 부터인가 설교할 때에 네가 선 곳은 거룩한 곳이니 신발을 벗으라는 말씀을 생각하면서 그렇지 지금 내가 선 곳도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구별된 곳이니 나도 신발을 벗고서 설교를 하자고 생각하고서 시작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신발을 신고 설교할 때보다 마음이 편하여 지는 것입니다. 떨기나무에서 모세를 부르셨던 하나님이 연상 되면서 우리의 예배를 받으시며 하감하고 계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신전의식이라고 할까?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한다는 생각이 이르자 설교할 때 단어하나도 속된 말이나 천한 말을 사용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설교를 준비할 때도 이런 감동이 늘 있어왔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신발을 벗고 설교한지가 25-26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강단을 맡기신 지는 36년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동안 강단에 설 때마다 이런 나의 설교 습관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37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