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타인종의 특별한 장례식 체험기

지난 5월 21일 토요일에 어느 특별한 장례식에 부름을 받았습니다. 고인의 아버지 되는 분이 아들 장례식의 축도를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고인은 22살의 나이로 지난 5월 4일 집 근처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과속으로 달려오는 차와 충돌하여 현장에서 세상을 떠난 멕시코계 미국인 이었습니다.

고인과 가족을 아는 것은 필자가 섬기는 교회당을 함께 사용하는 스페니시 교회가 있습니다. 1993년 9월 1일부터 스페니시 교회가 우리교회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니까, 벌써 23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처음 스페니시 교회 교인들이 예배당 사용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을 했을 때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 때만해도 그런 경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결심을 갖게 된 것은 우리 교회도 교회를 개척하고 나서 예배 처소가 없어서 큰 어려움을 당하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 이었습니다. 교회를 시작했을 때 예배 처소를 구하지 못해서 다저스 야구장이 있는 엘리시안공원에서 두 달 동안 야외예배를 드려야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K 장로님과 저는 매일같이 예배처소를 구하기 위해서 두 달 동안 발품을 팔았습니다. 그래서 구한 예배처소는 흑인교회당이었습니다. 예배처소를 구하는 것은 지금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 때도 그랬습니다. 흑인 교회당에서 예배드릴 수 있는 시간을 허락 받은 것은 주일 새벽과 그리고 낮 예배는 오후 1시 반이었습니다.

그 때가 되어야 흑인교회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기 때문이었습니다. 다행히 흑인 교회는 새벽예배나 저녁 예배가 없었기에 우리는 주일 새벽과 수요일 그리고 금요기도회와 주일 밤 예배까지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기를 5년 여 동안 셋방살이 교회를 하다가 하나님의 크신 은혜로 지금의 교회당을 30여 년 전에 허락 받은 것입니다.

그러한 연유로 일부의 염려와 걱정도 있었지만 스페니쉬 교회를 받아 드리기로 한 것입니다. 한 지붕아래 두 교회가 지금까지 연합하여 섬겨오고 있습니다. 감사한 것은 스페니시 교회 교인들이 교회를 너무 사랑하는 것입니다. 교회 건물에 이상이 발견 되면 우리가 생각하기도 전에 미리 알아서 수리를 하는 것입니다.

특별히 교회당 안의 청소와 정돈은 그 분들이 지금까지도 도맡아 해오고 있습니다. 예배 처소를 사용하는 건물이 근 90년 가까이 된 건물이기에 이곳저곳 수리해 야 할 부분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그 모든 문제 해결의 앞에는 멕시칸 교회의 교인인 Jorge Cali 가 있었습니다.

때로는 며칠 밤을 새어가면서 교회 일을 한 때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만 아니라 스페니시 교회 교인들이 자원하여 함께 일을 했습니다. 그에게는 두 아들도 있었는데 당시 고등학교에 다니는 지금은 고인이 된 아들도 아버지를 도와 교회에서 밤을 새어가며 먼지를 뒤집어쓰고 땀 흘려 일을 하곤 했습니다.

언젠가 Cali에게 이름의 뜻을 물은 적이 있습니다. California에서 태어 나 이름을 Cali로 했다는 것입니다. 예수를 믿게 된 동기는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20살 되던 해 로스앤젤레스에서 대낮 큰 길에서 길을 건너다 달려오는 차에 치어 10여 미터 밖으로 던짐을 당하여 전신마비로 수년 동안 고생하다가 하나님의 은혜로 회복되어 믿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일이라면 온 마음과 정성으로 일을 했던 것입니다. 그런 그에게 22살의 아들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뉴스를 통하여 사고 소식을 접하고 위로 전화를 했습니다. 그 때 아들 장례식에 축도를 해 달라고 요청을 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스페니시 교회 성도들의 장례식을 참석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우리와 다른 것은 저들의 장례식에 소요되는 시간은 3시간이었습니다. 장례식 예배가 그렇게 긴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도 장례식 집례를 많이 했지만 길어도 40분을 넘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장지로 옮겨가서 하관식을 하기 때문입니다. 저들의 장례식이 우리와 다른 것이 있습니다.

설교를 마치고 나면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 중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은 다 앞으로 나와서 고인과 유가족에게 하고 싶은 위로의 말을 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바쁜 시간 속에 살아가는 우리와는 거리감을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갑작스런 사고로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서 큰 슬픔을 믿음으로 극복한 가족에게 주님의 위로가 함께 하길 기도합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3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