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 장로님의 가슴 아픈 사연
같은 교회를 섬기지는 않지만 십여 년 동안 필자와 함께 어느 기독교 단체를 섬겨오면서 꾸준하게 교제를 이어가고 있는 장로님이 계십니다. 특별히 필자가 교제를 나누는 기독인 중 귀하게 여기고 몇 안 되는 존경하는 장로님 중 한분이십니다. 이민을 오기 전 한국에서는 교육계에 평생을 몸담아 오셨습니다.
그런데 년 초부터 매주 월요일에 모임을 갖는 정기모임에 참석을 하지 못하시는 겁니다. 지금까지 10여 년 동안 변함없이 그 시간 그 장소에 늘 계셨던 장로님과 권사님이셨습니다. 우리의 모임이 계속된 어려움에서도 지금까지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장로님과 권사님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도 간간히 모임에 나타나기도 하셨습니다만 지난 2-3개월 전부터는 전혀 참석치 못하고 계십니다. 이유는 부인 권사님의 병 때문이었습니다. 권사님은 치매를 앓고 계십니다. 처음에는 심하지 아니했으나 시간이 가면서 급격하게 발전하여 지금은 가족도 남편도 알아보지를 못하시는 겁니다.
부인의 예기치 못한 질병으로 행복하던 가정의 평안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예기치 못한 충격적인 일로 장로님의 여유롭던 삶은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만 것입니다. 평생 동안 부인의 사랑을 받아오시던 장로님이 이제는 부인을 아기처럼 돌보며 어머니의 심정으로 섬겨야만 하시는 겁니다.
더욱 기막힌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더 깊은 수렁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입니다. 내일에 대한 희망이 없습니다. 매일 매 순간 반복되는 고통과 아픔에서 피할 길이 없는 것입니다. 권사님이 앓고 있는 치매가 환자 본인만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를 힘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자녀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만 그러나 그것은 잠시일 뿐입니다. 부인 권사님을 위해서 마음 뿐 아니라 온 몸으로 희생을 해야 하는 것이 장로님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식사를 준비하는 일, 집안의 청소, 몸을 닦고 머리를 손질하는 것까지도, 심지어 부인이 입는 옷 양발까지도 장로님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밖으로 나갈 때는 잠시도 홀로 둘 수가 없습니다. 방향감각을 잃어 가던 길을 돌아올 수가 없습니다. 그 일로 장로님의 삶은 없어졌습니다. 그 좋아하시던 골프장에도 나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수일 전 만난 장로님은 필자에게 여러 가지 많은 일 가운데서 가장 힘들고 아프게 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아픔을 호소하고 계셨습니다.
목사님! 어쩌면 좋습니까? 이제는 날 알아보지도 못합니다. 더 기막힌 것은 수일 전부터 부인이 강력하게 반복해서 요구하는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남편 000장로님을 빨리 자기 앞으로 데려오라는 것입니다. 내가 평생을 살았는데 어떻게 나를 버리고 도망을 갈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내가 당신의 남편이라고 아무리 강조해서 말을 해도 아니라는 겁니다. 당신은 내 남편이 나와 함께 살라고 보낸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말 한마디 없이 갑자기 곁을 떠난 남편을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한번은 만나서 직접 나를 버리고 떠나간 이유를 들어야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무슨 말로 이해를 시킬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장로님이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것은 부인의 질병으로 예기치 못한 많은 어려운 중에도 기억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아픔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부탁을 하셨습니다. 목사님! 기도해 주시는 거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도해 주신 것 감사하지만 더 기도 부탁을 드립니다.
돌아서시는 장로님의 뒷모습이 얼마나 힘없어 보이시며 슬퍼 보이셨는지 모릅니다. 지금까지 장로님의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만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반가운 인사를 하시며 맞아 주시던 예전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장로님을 보내는 나의 마음도 편치가 않았습니다.
왜 우리는 이런 아픔을 당해야 하는 것일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누구보다도 교회와 주님을 사랑했으며 그토록 충성하시던 장로님 권사님이셨는데! 그러다가 주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계시록 2장10절의 말씀입니다. “네가 장차 받을 고난을 두려워 말라 볼지어다 마귀가 장차 너희 가운데서 몇 사람을 옥에 던져 시험을 받게 하리니 너희가 십일 동안 환란을 받으리라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 우리가 사단의 공격으로 감당할 수 없는 고난을 당하는 것은 우리의 믿음을 더욱 견고케 하시기 위함이며 이를 통하여 생명의 면류관을 하나님 나라에서 받게 하심입니다. 장로님 이 말씀으로 인내하시고 승리하세요!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39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