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인사가 어디에 있습니까?”

10여 년 전부터 담당 의사로부터 건강에 대한 경고를 들어왔기에 그 때부터 지금까지 정기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통하여 땀 흘리는 운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필자가 하는 운동은 테니스장에서 족구를 하는 것입니다. 낮에는 남가주의 태양 빛이 너무 강렬하기 때문에 밤 8시부터 2시간 여 동안 일주일에 두 세 차례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속해 있는 족구 동호인으로 참여하고 있는 분들은 10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교회 교인들로 시작한 것이 발전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 년에 전부터 젊은 목사님들이 단체로 우리 모임에 참여하고 있으십니다. 운동을 위해서 모였다가도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기가 바쁘기 때문에 서로 통 성명을 할 기회도 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어느 분이 목사님이라는 것만 알 정도로 만나면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지난 2월 7일 일요일 밤 8시 모임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 시간이면 10명의 회원들이 모이는데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을 해서 의자에서 앉자 있을 때였습니다.

그 때 목사님 그룹의 회원들이 구장으로 들어오셨습니다. 그 중 한 젊은 목사님이 제가 앉아 있는 긴 의자 앞으로 다가오더니 “목사님께 세배 드리겠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말할 때가지만 해도 다음 날이 구정이기에 말로서 구정 인사를 하는 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말로만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시멘트 운동장에 낮은 자세를 취하고 엎드려서 큰절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뜻밖이고 예상치 못한 일이라 놀라서 저도 엉겁결에 땅 바닥에 엎드려서 맞절을 하고서 “이런 인사가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런 공개된 그리고 운동장에서 어떻게 엎드리어 절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적어도 세배를 주고받을 정도이면 당사자 간에 충분한 교제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서로가 잘 아는 사이가 아니면 세배를 주고받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더구나 모두가 보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같은 목사님으로서 다른 목사에게 세배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가 목사이지만 나도 다른 선배 목사님에게 세배를 드려본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함께 시멘트 바닥에 엎드려서 손을 맞잡고 서로의 힘을 의지하여 일어섰습니다. 이를 지켜본 주변의 목사님들은 박수를 쳤지만 지금도 왜 내가 그런 세배를 받아야 했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그 목사님의 이름도 모르고 섬기시는 교회 이름도 모릅니다. 다만 그 목사님에게 무안한 존경을 보내면서 그 목사님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무슨 연유로 세배를 하게 되었는지? 나 말고도 함께 하시는 동료 목사님들 중에 나이 드신 목사님도 계셨는데 왜 그 분에게는 그런 세배를 드리지 아니하고 유독 나에게만 세배를 한 것인지? 나에 대해서 무엇을 어디에서 어떻게 들으셨기에 세배를 하게 되었는지? 한번은 만나서 함께 식사를 대접하며 꼭 물어보고 싶습니다. 세배를 받고나서도 여운이 가시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분명하게 생각이 되는 것이 있는 것입니다. 그 목사님은 보통 분이 아니시라는 것입니다.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그 목사님이 나보다 훌륭하신 목사님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배를 받은 나보다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과감하게 낮은 자세로 세배하신 목사님의 인품이 한없이 높아 보였던 것입니다. 나도 하지 못하는 그런 일을 하신 겁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목사님에게 받은 세배는 이번이 두 번째 이었습니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에서 부 교역자로 10여간 크게 수고 하셨던 P 목사님이 계셨습니다. 20여 년 전에 이곳을 떠나 부모님이 계신 뉴욕으로 이주 하시어 그곳에서 교회를 개척하시다가 다시 LA 오셨습니다.

이곳으로 오셨다는 말을 전해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당시 월요일마다 7명의 목사님들이 기도회를 정기적으로 마치고 나면 타운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그 때 식당에서 7명의 목사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뉴욕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 P 목사님이 식당 안으로 들어오시다가 제가 있는 것을 본 것입니다.

P 목사님은 식당 안에 들어서자마자 그 자리에서 제가 앉은 식탁을 향하여 큰 절을 하고 계신 것입니다. 놀라서 자리에서 급하게 일어나 목사님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고 그 때 한 말은 “이런 인사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 때도 P 목사님이 예사로운 목사님이 아니시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4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