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떠난 진돗개의 고독한 타향살이

필자가 살고 있는 집에서 일곱 번째 떨어진 곳에 입양되어 살고 있는 진돗개 한 마리가 있습니다. 두 귀가 송곳처럼 솟고 털은 황금빛으로 물들어진 누런색의 진돗개입니다. 집 주인은 변호사로 은퇴한 미국 사람입니다. 진돗개가 그 집에 사는 지는 10여년이 넘은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자동차로 밖을 드나들 때마다 그 집 앞을 오가게 됩니다. 그러면 항상 시선이 가는 곳은 그 집에 살고 있는 진돗개입니다. 필자가 특별히 그 개를 마음에 두는 것은 오래 전 처음으로 그 집에 왔을 때는 지금처럼 늙지 않았습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그 개가 어렸을 때는 지금처럼 목에 긴 줄을 매어놓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과 함께 울타리 밖으로 자주 나오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린 진돗개는 우리 집으로 달려오는 겁니다. 우리 내외를 보면 그렇게 반가워하며 꼬리를 치는 것입니다. 때로는 나의 품에 안기기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개 주인과도 다정한 인사를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주변엔 필리핀 사람도 있고 멕시칸도 있으며 흑인 가정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인종들에 대해선 관심을 가지지 않고 유독 나와 집 사람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아서 그 개가 한국인 집에서 태어나 미국인 가정으로 입양된 것으로 생각 되었습니다.

얼마나 한국 음식이 그립고, 얼마나 한국인의 정이 그리우면 그토록 우리 내외를 반겨주는지 모르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늘 그 개를 향하여 손을 흔들며 미소를 보내고 있습니다. 가끔씩 집 주변을 걷게 될 때는 그 집 철문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개를 향하여 손을 내밀어 머리를 만져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진돗개가 가끔 씩 보이지 아니하는 것입니다. 항상 그 집 철문 안쪽에 자리하고 있었던 진돗개가 그 자리에 없으면 혹시 병이 든 것은 아닌가? 세상을 떠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개의 수명이 12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갈수록 점점 개의 활동량이 줄어들더니 이제는 집 앞을 오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힘차게 짖어대던 그 용맹스럽던 짖음 소리도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습니다. 서있는 것도 힘이든지 볼 때마다 피곤해 지친 몸으로 배를 시멘트 바닥에 엎드린 채 움직이기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바지런하고 그토록 생기가 넘쳤던 예전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우리 내외가 가까이 다가가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반갑게 맞아주며 흔들어대던 꼬리도 더 이상 흔들지 않습니다. 눈길조차 주는 것도 힘든 것처럼 보입니다. 어쩌면 자신의 운명을 아는 지 세상 떠날 순간을 기다리는 것처럼 생각 되었습니다.

그 개를 보면서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 했습니다. 주변엔 이런 개처럼 좋은 시절 다 보내고 외롭고 쓸쓸한 가운데 세상을 떠날 날 만을 병상에서 기다리며 고독한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상 이유로 그리운 고향과 옛 친구들을 보고 싶어도 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 개를 보면서 나의 미래를 생각해 봅니다. 나의 삶도 살고 싶다고 원하는 만큼 살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이해하게 됩니다. 생명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기간 동안만 이 땅에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이 생명의 법칙을 벗어날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한번 태어난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생명이 귀한 것은 예수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예수 안에 구원 받은 우리의 생명에 대해서 요한복음 11장 25-26절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

2016년 부활 절기를 맞으면서 우리가 생각지 못하고 상상하지도 못한 영원한 구원을 주시기 위하여 하늘 보좌를 버리시고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오시어 우리의 죄를 속량하시기 위하여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죽으신 주님의 크신 은총을 깊이 감사드리며 마지막 우리의 호흡이 다하는 날까지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따를 것을 다짐해 봅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4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