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심이 더해가는 어르신

필자가 섬기는 교회 근처에서 6년째 농원(너서리)을 경영하시는 어르신이 계십니다. 이희덕 선생입니다. 그분을 알기 시작한 것은 40여년이 넘고 있습니다. 교제를 나누는 사이는 아니지만 오가다 만나면 악수를 나누고 있습니다. 1973년에 이곳 나성에 와서부터 그 분을 알게 된 것은 한인 최초로 운영하는 올림픽마켓을 이용하면서부터 이었습니다.

이희덕 선생님을 만나면 호칭을 회장님이라고 부릅니다. 오래전부터 타운에서 그 분의 호칭이 한때 회장님으로 통했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그분을 존경하는 것은 신앙인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사업에 성공한 사람이기 때문도 아닙니다. 물론 한 때는 사업에 크게 성공해서 지금의 한인 타운을 만드는데 큰 공을 세우기도 하셨습니다.

올림픽과 놀만디 인근의 대여섯 부락을 사들여 코리안빌리지란 이름으로 한인타운 개발에 앞장섰습니다. 지금도 올리픽가를 지나다 보면 그분이 남기신 타운을 대표하는 건물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영빈관, VIP 플라자 등 한때는 모두가 부러워할 정도의 큰 재력을 지닌 성공한 사업가이기도 하셨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초반에 공들였던 개발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음으로 파산하고 LA를 떠나 중국에서 가서 10여 년간 사업을 하다가 다시 돌아와 한인타운 중심가에 이화장이란 이름으로 직원 수십 명이 넘는 큰 식당을 운영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일 년여 만에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세월이 많이 흘러 지금은 77세의 어르신이 되신 겁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그 나이에 일손을 놓고 여생을 편하게 살려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회장님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다시 새 일을 시작하신 겁니다. 6년여 전부터 너서리를 운영하기 시작하셨습니다. 너서리는 많은 일손이 필요한 직업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에게만 맡겨선 되지 않는 일입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12시간 이상 하루도 쉬지 않고 노동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2년 전에 너서리에 들려서 대화를 나눈 일이 있습니다. 그 때 이런 질문을 드렸습니다. 이제는 쉬셔도 되지 않습니까? 자녀들도 다 성공하셨고 좋은 집도 가지고 계시며 살아가는데 부족함이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힘든 일을 하십니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편한 사업을 하실 실력과 방법과 능력이 되시는데 구지 이렇게 힘든 너서리를 경영하시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은 것입니다. 그 물음에 이렇게 대답을 하셨습니다. 일이 너무 좋다는 것입니다. 움직이는 일이 좋으시다는 겁니다.

자신은 성격상 편하게 쉬지를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특별히 말년에 너서리를 운영하는 것은 어린 시절 시골 공주에서 살면서 농사일의 즐거움을 알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일이 힘들어도 사람들처럼 나무들은 주인을 속이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은 험한 세상 살아오시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으셨음을 짐작케 했습니다.

그런데 나무나 꽃식물들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사랑과 관심 땀과 공을 들인 주인에게 절대로 배신하거나 배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한 것 만큼 열매를 준다는 것입니다. 수일 전 이 회장님을 교회 인근 식당에서 우연히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직원들의 점심을 대접하기 위해서 들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연세에 긴 청바지에 긴 팔 작업복을 입고 머리는 모자를 눌러 쓰고 계셨습니다. 너서리를 운영하시는 동안 한 번도 다른 복장을 하신 적이 없으십니다. 하루도 몇 번씩 교회를 오갈 때마다 이회장님이 운영하시는 너서리를 지나며 먼발치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절로 머리가 숙여지는 것입니다.

이회장님이 식당을 떠나시기 전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목사님! 세계에서 쇼핑 매너가 제일 나쁜 민족이 어디인지 아십니까? 하시면서 둘을 말씀하셨습니다. 한국인과 필리핀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당신의 사업장에서 만나는 손님들 중에도 가장 힘든 고객이 한국 사람과 필리핀 사람이라고 하셨습니다.

정해진 물건 값을 깎는 것은 물론 세금까지 감해 달라고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면 매너 없는 그런 손님들을 향하여 팔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다시는 우리 가게에 오지 말라고 말한다고 하셨습니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으시고 새로운 일을 찾아서 열심히 땀 흘리며 살아가시는 이회장님을 그래서 존경하는 것입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4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