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는 미국이 아닙니다

얼마 전 어느 병원 의사에게서 들은 말이다. 어느 환자가 담당 의사를 향하여 이런 질문을 했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세계인들이 동경하는 도시 단위로는 최대의 면적을 가진 도시인데 어쩌다가 이런 환자들이 생겨나는 겁니까? 그것도 작은 숫자가 아니고 많은 사람이 이런 질병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니 어찌된 일입니까?

그런 질병은 가난한 후진 국가에서나 있는 병이 아닙니까? 그 말에 의사는 이렇게 대답을 한 것이다. 이곳은 미국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미국은 미국이지만 미국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수십 년 전 한인 타운의 어느 공원에서 한국의 공영 방송중 하나인 모 방송사가 한국의 날 특집 행사의 일환으로 노래자랑을 녹화할 때였다.

그 때 한 가족으로 여러 명이 무대에 올랐는데 노래를 마치고 나서 아나운서가 무대에 오른 가족 중에서 한 어린 학생을 향하여 언제 미국에 이민을 오게 되었으며 미국에 온 소감을 묻을 때 이렇게 대답을 했던 기억이 떠 오른 것이다. 미국에 와서 느낀 소감은 미국은 미국이 아니라고 했던 것이다.

어린 학생으로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뜻밖의 말을 들은 아나운서가 그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학생은 이렇게 말을 했던 것이다. 미국에는 백인들만 사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미국사람은 다 키도 크고, 코도 크고 다 잘생긴 사람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미국에 사는 사람은 다 부자로 좋은 집과 환경에서 사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에 가보니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미국사람 같지 않은 미국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백인보다는 흑인이나 남미계 학생들이 더 많아 자신이 꿈꾸며 생각했던 미국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학교만 아니라 길에서 보는 사람들도 미국 사람보다는 다른 나라 사람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그렇다. 로스앤젤레스는 전 세계인이 다 모여 사는 곳이다. 미국의 다른 도시도 다르지 않지만 특별히 이곳은 더 그런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가 살고 있는 이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어가 사용이 되는 곳이기도 하며 가장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방식대로 생활하며 그들의 전통대로 살아가는 곳이다.

그로인하여 다양한 문화가 충돌하기도 하고 때로는 조화를 통하여 서로 공존하는 곳이다. 이 시대 이런 국제적인 대도시에 산다는 것이 그래서 축복이 되는 것이다.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는 세계 구석구석의 모든 소식 뿐 아니라 각 나라와 민족들의 변하는 것들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으며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도시에 사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요즘 들어서 하게 되는 것이다. 큰 도시에 사는 것이 편리한 것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는 요즘 점점 더해가는 교통 체증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느껴지는 교통 체증은 이제 우리의 삶에 무거운 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도시의 삶은 자동차가 없이는 생활을 할 수 없는데 요즘 같은 교통 체증 때문에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불과 수년 전 까지만 해도 태어난 고국을 떠나 이민자로 이 땅에 살아가는 고마움 가운데 하나가 대도시의 도로망 때문이라고 생각을 해왔었는데 요즘 들어선 그런 생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요즘 들어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도 한국의 교통 정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사는 이곳이 더 살기에 좋은 도시가 될 수 있을까? 지금과 같은 추세로는 점점 더 시간이 갈수록 교통 정체는 더해갈 것 같은데 이 근본 문제를 누가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로스앤젤레스에서만 40여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요즘 같은 교통 체증은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음번 로스앤젤레스 시장과 시 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교통 정체를 해결하려고 공약하는 후보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보게 되는 것이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4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