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어지는 크리스마스 특별헌금

교회를 출석하지 않으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 년에 한 번씩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편지로 500달러를 20년 가까이 교회로 보내옵니다. 편지 안에는 다른 내용은 없고 수표를 흰 백지에 말아서 보내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수표에는 보내는 사람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인쇄되어 있지만 그 분의 수표에는 주소도 없고 전화번호도 없습니다.

다만 그 분의 우편번호만 인쇄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탄헌금을 받아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화로 전하지 못합니다. 지난 연말에도 편지로 헌금을 받고서 감사의 편지와 함께 새해에는 만나보고도 싶고 전화로 소통하고 싶다고 하면서 통화할 수 있는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지만 답장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서 그 분을 만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 분을 알게 된 것은 그 분의 어머니 때문입니다. 어머니를 처음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입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 타운에서 교회를 설립하고 2-3년 지났을 때였습니다. 어느 날 60이 넘으신 할머니가 교회를 찾아 오셨습니다.

몇 개월 동안 아무 말 없이 교회를 다니시다가 어느 날 심방을 했을 때 교회를 나오시게 된 동기를 말씀했습니다. 북한이 고향이신 할머니는 6.25전쟁으로 고향을 떠나 실향민으로 서울에서 사시다가 1970년 초 미국에 유학을 온 아들의 초청으로 이민을 오셨습니다. 교회에 대한 기억은 어린 시절 고향에서 잠시 다녔던 기억이 전부였습니다.

그 동안 교회를 멀리하며 하나님을 잊은 채 살아오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에 꿈을 꾸었습니다. 일상적인 꿈은 잠에서 깨어나면 쉽게 잃어버립니다. 그런데 그 날의 꿈은 시간이 가도 잊혀지지 않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새롭게 기억이 되는 것입니다. 꿈인데도 생시보다 더 분명하고 더 실감 있게 느껴졌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꿈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 천국에 들어갔습니다. 천국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안내 받아 간 곳은 주님 앞이었습니다. 예수님은 할머니에게 사랑하는 딸아 그 동안 수고 많았다고 하시면서 할머니 머리에 개털모자를 씌어주셨습니다. 그것을 받는 순간 너무 좋아서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샘솟았습니다.

예수님을 위하여 세상에 사는 동안 한 일이 아무것도 없는데 그런 자신에게 분에 넘치는 대접과 상을 주신 것에 대하여 너무 기뻤습니다. 만왕의 왕이시며 천국의 주인이신 예수님이 자신을 기억해 주시고 초청해 주실 뿐 아니라 손수 머리에 개털모자를 씌워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쁨은 잠시였습니다.

개털 모자를 받아쓰고 주님의 곁을 떠나 천국의 아름다운 황금 길을 걸어갈 때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 머리에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할머니의 모자와 같은 모자를 쓴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모두가 다 빛나는 면류관을 쓰고 있었습니다. 모자를 쓰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가 만나는 사람마다 빛나는 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자기 머리에 쓴 모자가 자랑스러운 모자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할머니의 머리의 개털모자를 조롱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비난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머리에는 자랑스러운 면류관들이 씌어져 있는데 본인의 머리에는 개털 모자가 씌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교회를 찾아 나오신 겁니다. 그 때부터 시작된 교회 생활은 세상을 떠나시기 까지 변하지 않으셨습니다. 세례를 받으시고 집사로 직분을 감당하시다가 마지막에는 시무 권사로 10여년을 충성스럽게 섬기셨습니다.

그 분의 아들은 80년 대 초 사업에 크게 성공해서 부자들만 산다는 베벌리힐즈에 살고 있었습니다. 당시 한인 타운에서 듣던 말로는 다섯 손가락안에 들 정도로 그 곳에 성공한 한인이 살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그곳에 살고 계십니다. 어머니 생전에는 교회를 매주 나왔습니다. 그러나 축도를 하고 강단에서 내려가면 교회를 떠나 만날 수가 없습니다.

당시는 헌금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교회를 출석하는 것은 오로지 어머니를 뵙기 위한 것으로 생각 되었습니다. 예배 중에는 어머니와 손을 잡고 앉아 있다가 예배가 끝남과 동시에 교회를 떠나가는 겁니다. 언젠가 어머니 권사에게 아드님의 집을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그 집을 보지 못했습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자랑이라도 하고 싶어서 초청을 하는데 그 분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십 수 년 전에 어느 식당에서 우연히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때 그 분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어서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C 사장님은 왜 늘 같은 옷을 입고 다니십니까? 한 번도 양복을 입은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목사님! 제가 입은 이 옷 늘 같은 것 입는 것 같지요! 아닙니다. 같은 옷이 10벌이 있어 교대로 매일 바꾸어서 입고 있습니다. 늘 허름한 차림으로 부자가 아닌 소박한 사람처럼 보이려고 변장을 하고 생활하시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분이 사업에 크게 성공한 큰 부자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없는 겁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4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