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사님의 가슴 아픈 이민 이야기

한국에서 부족함이 없이 사셨던 L 집사님은 중학교에 다니는 두 딸과 두 살 된 아들을 데리고 30여 년 전에 이민을 오셨습니다. L 집사님을 처음 뵈올 때는 교회를 알지 못하는 분이셨습니다. 그 분을 처음 만난 것은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폐병 환자들을 격리해서 장기간 치료하는 요양 병원이었습니다.

아는 분의 소개로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병상을 찾아가 여러 번 기도를 해준 것이 인연이 되어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건강을 회복하고 병원에서 퇴원하고서 교회로 찾아와 인연을 이어가게 된 것입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 분이 그렇게 큰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줄을 몰랐습니다.

첫 심방을 하고나서야 그분의 사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민을 오기전 재산을 정리하기 위하여 한국에 남아있으면서 부인에게는 먼저 가서 가족들이 편하게 이민 생활을 정착 할 수 있도록 집을 장만하라고 큰 목돈과 함께 부인을 먼저 보냈습니다. 6개월 후 세 자녀들과 함께 큰 꿈을 가지고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마중 나와 있어야 할 부인이 보이지 아니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아서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는 겁니다. 지금 같으면 공항에 한국인을 흔하게 만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그렇지 않았기에 형언할 수 없는 고생을 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부인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며칠째 연락이 두절되어 부인의 주소로 찾아갔습니다. 너무나 사랑했던 부인이었습니다.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던 부인이었습니다. 누구보다도 세 자녀를 사랑했던 어머니였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 순간도 부인이 없는 삶을 생각지 못했습니다. 평생을 함께 행복하게 살 줄 알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6개월 여 만에 타국에서 처음 만난 부인은 타인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집안에서 나오는 사람은 부인이 아닌 외국인 남자였습니다. 그 남자의 뒤를 따라 부인이 나타났습니다. 부인은 남편을 보자 타인을 대하듯 한 것입니다. 너무나 당황스럽고 눈앞에 전개된 현실이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어떻게 당신이 그럴 수가 있습니까? 우리가 어떤 부부인데 이럴 수가 있습니까? 결국 부인을 그곳에 두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청천병력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수일을 눈물로 지새우고 다시 부인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애원을 했던 것입니다. 그간의 사정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의 곁으로 돌아와 달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거절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러길 몇 번 더 하다가 결국은 타협을 하기에 이릅니다. 두 딸은 아버지가 그리고 어린 아들은 부인이 맡기로 한 것입니다. 행복을 찾아서 미국에 왔지만 온 가족이 꿈꾸던 그 행복은 한 순간도 느껴보지 못하고 미국에 도착하면서 산산 조각이 나고 만 것입니다.

그로인하여 마음도 상하고 몸도 상해서 몸이 약해져 폐병으로 발전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부인만 잃은 것이 아니라 재산도 잃고 돈도 잃고 가정도 잃게 되었습니다. 그럴 줄 알았으면 돈을 먼저 보내지 말 것을, 아니 반만 보낼 것을 하면서 탄식을 해 보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부인에 대해서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그런 부인이 자신과 아이들을 버릴 수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너무나 사랑하던 부인에게 속은 사실에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그 아픔은 점점 더 커만 갔습니다.

결국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결심을 하게 됩니다. 두 딸이 집을 비운 사이에 아파트 목욕탕에 들어가 물을 틀어 놓고 욕조에서 면도칼로 왼쪽 손목의 정맥을 세차게 자르고 자살을 시도한 것입니다. 욕조에 물이 흘러넘치면서 피 석인 물이 밖으로 흘러내리자 이를 발견한 사람의 신고로 응급 팀이 도착을 했을 때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정신을 잃고 욕조에 쓸어져 있을 때였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폐병 환자인줄 알지 못했습니다. 병원에서 기사회생을 하고나서 곧 바로 폐병 환자를 위한 요양병원으로 이송 되었던 것입니다. 그 분은 훗날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미국에 속았습니다.

내가 지금 당하는 모든 시련과 고통은 나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미국에 가면 사는 날까지 염려와 근심이 없는 행복한 삶을 살 줄 알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야고보서 1장 22절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너희는 말씀을 행하는 자가되고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자가 되지 말라”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4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