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장례식에도 참석했는데 날 모르십니까?

살아가다 보면 가끔 웃지 못 할 일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십여 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어느 모임에 집 사람과 함께 참석을 했을 때였습니다. 평소 친분은 없었지만 그 장소에서 마주 친 분이 목사라는 것을 알았지만 목회를 하지 않은 분이셨습니다. 특정지역의 선교사로 알려진 분이셨습니다.

마주하게 되어 간단히 목례만 하고 옆으로 지나가려는데 앉은 자리에서 급하게 일어서더니 필자를 향하여 큰 소리로 화를 내면서 손을 들고 이렇게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이 목사님! 그럴 수가 있습니까? 사모 장례식에도 참석을 했는데 날 모르십니까? 왜 날 모른 척 하십니까? 참으로 기가 막히고 화가 나는 일이었습니다.

그 자리는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집 사람도 함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분이 저를 아는 분이라면 그런 인사를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내가 그 분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처럼 그 분도 저를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만 당황한 것이 아니라 곁에 있던 집 사람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마도 그 분은 집 사람이 어려운 병으로 오랜 시간 동안 투병 중인 것을 어디선가 듣고 알고 있었나 봅니다. 그리고 생각하길 이 목사의 부인은 더 이상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 판단을 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옆에서 다정하게 자리하고 있는 집 사람을 향하여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공적인 자리에서 그런 돌발적인 행동을 할 수 있습니까? 그로인하여 상대방이 얼마나 난처한 입장에 처한다는 것을 알면서 말입니다. 홀로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렇게 공적인 장소에 부끄럼 없이 새 여인을 동반하여 나타났냐며 여러 사람들 앞에서 부도덕한 목사로 망신을 줄 각오로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이라고 판단되었습니다. 이럴 때 상대방을 향하여 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이겠습니까? 어떻게 상황을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잘 아는 분도 아니고 알고 지내는 사람도 아닙니다. 형제도 아니고 일가친척도 아닙니다. 선후배도 아닙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함부로 할 수 있습니까? 설령 주변에 그런 사람을 알고 있어서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더라면 조용한 자리로 따로 불러서 말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생각이 있는 사는 사람이라면 나에게만 말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어떻게 부인 앞에서 그럴 수가 있습니까? 그 말을 듣고 너무 화가 났습니다. 세상에 별일도 다 보게 되었습니다.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몰상식한 사람에게 면박을 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사실 확인도 아니 하고 분명하지도 않은 일에 대하여 그토록 분을 발하는 것은 최소한의 인격을 갖추어야할 목사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말로 어떻게 상대방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겠습니까? 바른 자세로 정색을 하고서 그렇게 말하는 분을 향하여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 사람은 저희 집 사람인데요! 집 사람의 장례식에 참석을 하셨다고요! “언제 어디에서! 이렇게 살아있는 사람 앞에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습니까?” 물론 그 말까지는 하지 않았습니다. 공적인 자리에서 터무니없는 말로 무모한 공격을 가하는 상대방을 향하여 반격하자 양심에 찔림을 받았는지 상대방의 얼굴이 금방 빨개졌습니다.

기본 소양을 갖춘 사람이라면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부끄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제게만 아니라 옆에 있는 집 사람에게도 용서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나 그 분은 그런 인사도 없이 걸음아 날 살려라 하는 동작으로 사과의 말 한마디도 없이 급하게 자리를 피하는 것이었습니다.

또 다른 인사를 받은 일도 있습니다. 저와 같은 이름의 목사님이 같은 지역에서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동명이인입니다. 그 목사님의 사모님이 오랜 투병을 하시다가 수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장례식 부고가 필자와 같은 이름으로 일간 신문 광고란에 올랐습니다. 이를 본 저를 아는 많은 분들이 사방에서 전화로 위로의 인사를 주셨습니다. 전화뿐 아니라 카톡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내용을 여러 개 받았습니다.

그 일이 있고나서 집 사람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황당한 인사를 받는 것을 보니 당신은 오래 살 것 같아요!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4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