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강사님이 계신데 부흥회를 하시겠습니까!”

동일한 지역에서 목회하는 G 목사님이 십 수 년 전에 어느 모임에서 필자에게 이런 말을 하셨다. 목사님이 섬기시는 P K 교회는 가까운 시일에 부흥회를 할 계획이 없으신가요? 금번에 한국에서 이름 있는 부흥사가 미국을 방문하게 되는데 이번 기회에 부흥회를 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이민 교회의 형편상 이름 있는 한국의 부흥강사를 섭외하려면 여러 가지 조건 때문에 쉽지 않은데 이번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부흥 강사가 방문하는 시기에 일정만 조정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금번에 오시는 강사님의 명성이 크기에 많은 교회들이 부흥회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저를 위하여 특혜를 주는 것처럼 말을 하신 것이다. 그러나 그 분의 제의를 받고 허락지 않았다. 고맙습니다. 생각해 보겠다고 말을 하지도 않고 단번에 그럴 계획이 없다고 거절한 것이다. 그러자 이런 내용의 질문을 하셨다. 지금까지 수십 년을 한 교회에서 목회하면서 얼마나 많은 부흥회를 해 보았느냐는 것이었다.

또 어느 부흥사를 모셨는가에 대해서 물어 오셨다. 아직까지 부흥회다운 부흥회를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고 말을 했더니 그러고도 어떡케 지금까지 교회를 이끌 수 있었느냐고 반문을 하시는 것이었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 목사님은 연중행사로 매년 한국에서 부흥사를 초청하여 부흥회를 해왔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부흥회를 개최하는 것이 목회에 좋은 점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부흥회를 개최하고 나면 부흥사로 초청받은 강사 목사님이 답례로 한국에 부흥회를 할 수 있도록 주선해 준다는 것이었다. 가는 것이 있어야 오는 것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목사님도 한국에 매년 나가 부흥회를 하고 온 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왜 나는 지금까지 36년 이상 한 교회를 섬겨오면서 부흥회를 시도해 보지 않았나 하는 것이었다. 그 분의 말처럼 내가 부흥강사가 되지 아니한 것도 그런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부흥사가 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70년대 후반부터 이민교회에 부흥회가 성황을 이루던 때가 있었다. 당시 명성을 떨치던 부흥사로는 한국에서 온 K목사 L목사 C목사 등이 크게 활동을 하셨다. 필자도 그분들의 부흥회를 빼놓지 않고 따라 다녔다. 한때는 그분들처럼 부흥사가 되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산 기도를 하면서 소나무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해서 그런 기도도 해 보았다.

그러다가 부흥사를 하지 않기로 한 동기가 있었다. 1980년 7 월 팜데일 기도원에서 기도를 할 때였다. 필자가 사용하던 방 맞은편에 당시 400여명의 성도가 모이는 감리교회의 P목사님 부부가 일주일 동안 금식 기도를 하고 계셨다. P 목사님은 40년 동안 사역을 해 오시면서 늘 마음에 부족한 것이 있어 채움 받고자 오셨다고 하셨다.

은퇴를 앞두고 이번이 아니면 다시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마지막으로 결단을 하게 되었다고 하시면서 “뜨거운 기도의 체험과 성령의 은사를 받고 싶다고 하셨다” 신유의 은사도 받고 싶고, 방언의 은사도 받고 싶다고 하신 것이다. 일주일 동안 금식을 하면서 기도 했는데도 원하는 은사를 받지 못하셨다.

그런데 마지막 날 이른 새벽에 P 목사님이 떨리는 음성으로 방문을 두드리시며 “나 기도 응답 받았습니다”라며 제 방으로 오셨다. 그리곤 받은 기도의 응답을 이렇게 간증하고 계셨던 것이다. 오늘 새벽에 기도하는데 비몽사몽간에 예수님이 나타나시어 네가 평생 원하던 것을 받으라고 하시어 두 손을 벌려 내밀었다.

주님이 직접 나타나시어 기도의 응답을 주시리라곤 기대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너무도 놀랍고 기뻐서 주님께 받은 선물을 펴 보는 순간 크게 실망을 하고 말았다. 예수님이 주신 선물은 목사님이 원하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두 손안에 있는 것은 공사판에서 쓰다가 버린 녹이 슬어 휘어지고 부러진 몇 개의 못이었다.

이것은 내가 원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내가 원하는 것은 여의도 순복음교회 C 목사님처럼 기도할 때마다 역사가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설교할 때 아멘 할렐루야로 화답 받는 것이며 능력 있는 설교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예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그동안 구한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이미 너는 복을 받았느니라! 네가 구하던 것들은 지금까지 전하고 설교한 내용들에 비하면 이처럼 쓸모가 없는 것들이니라! 고 하신 것이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지금까지 잘못 구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주님을 만난 기쁨이 크게 교차하면서 충만한 기쁨 속에 하산을 하셨던 것이다. 그 간증을 들은 필자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큰 은사가 병 고치는 은사가 아니요 능력 행하는 은사가 아니며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받고 환영 받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어 기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사람에게 인정받는 목사가 아니라 하나님께 인정받는 종이 되게 해 달라고 구한 것이다. 사는 동안 복음만 전하는 종 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던 것이다.

이상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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