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목사 사모님의 아름다운 고백

얼마 전 집사람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어느 목사님의 사모가 방문을 했었습니다. 그 사모님과 같은 지역에서 인연을 맺어온 지는 30여년의 세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넉넉지 못한 이민교회의 설립 목회자로 살아오신 C 목사님과 사모님은 동역 자들 사이에서도 신실한 목회자로 인정받으시는 이 시대에 보석같이 귀하신 목사님 가정이십니다.

같은 이민교회 동역자로서 그 동안 서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만날 때마다 꾸밈이 없는 솔직한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그런데 그 날 만난 사모님은 우리가 알았던 이전의 사모님의 모습이 아니셨습니다. 지금까지 그런 사모님의 모습을 처음 보았습니다. 우리가 당황해 하는 것을 눈치 채신 사모님이 먼저 말씀하셨습니다.

“딸하고 좀 놀았습니다”라고 하시며 큰 소리로 객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셨습니다. 사모님은 아들과 딸을 두고 있으십니다. 모두 다 이곳에서 좋은 대학을 나왔고 딸은 명문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장래가 촉망되는 유망주입니다. 그런 딸의 성품도 어려서부터 보아왔기에 ‘사모님과 딸이 좀 놀았다’는 말이 우리에게 통할 리가 없습니다.

결국 사모님은 묻지도 않았는데 우리 앞에 이런 고백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회의 신실한 권사님 중 한 분이 시간을 정하고 어느 장소에서 꼭 만나길 원한다고 하셔서 아무런 생각 없이 약속 장소에 가셨습니다. 그곳은 쇼핑센터 내에 자리하고 있는 네일 삽이었습니다. “왜 이곳에서 만나자고 하셨어요” 초청하신 권사님은 그제서 말을 하셨습니다.

사모님에게 작은 선물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네일 값을 지불했으니 자리에 앉아서 서비스를 받으시라는 것입니다. 극구 사양을 했지만 통할 리가 없었습니다. 나는 이것보다도 정말로 나를 기쁘시게 해 주시려면 같은 건물 내에 있는 식당에 가서 맛있는 식사나 사달라고 했지만 그것 역시 거절 당하셨습니다.

그래서 마음에도 없는 네일 서비스를 생에 처음 받아 보신 것입니다. 그렇게 강권적이지 않으면 사모님께 그런 선물을 드릴 수 없기 때문에 사전에 네일을 선물하는 것을 말하지 않은 것입니다. 사모님이 받으신 네일은 빛이 나는 은빛 색깔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네일은 마음에 들지 않지 않으면 씻어 지을 수 있지만 사모님이 받으신 네일은 70불짜리 고급 네일 이기에 씻기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손톱이 자라서 깎아 버리기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그 일로 교회 성도들과 만날 때마다 “사모님 웬일이세요!” 지금까지 보지 못하던 사모님의 돌발적인 행동에 모든 교인들이 놀라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교인들이 “어떤 연유로 그렇게 하셨어요?”라고 물을 때마다 어느 권사님이 해 주셨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 “딸과 좀 놀았습니다”라고 대답을 하셨던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사모님의 열 손가락을 다시 보니 처음보다 더 아름답고 예뻐 보였습니다. 은빛으로 빛나는 사모님의 열 손가락보다 더 아름다운 감동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것은 그런 선물을 하신 무명의 권사님의 아름다운 헌신 때문이었습니다.

사모님은 이렇게 말을 이어 가셨습니다. 네일 값이 그렇게 비싼 줄 모르셨다는 것입니다. 팁까지 포함하면 그 이상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보다 나에게 더 필요한 것은 Cash를 선물 받는 것인데 하면서 웃음을 지어 보이셨습니다.

선물하신 권사님이 왜 그런 사모님의 마음을 모르셨겠습니까? 누구보다도 사모님의 그런 마음을 다 아시면서도 그 선물을 하신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시면 평생 한 번도 그런 서비스를 받아 보시지 못하실 것을 알기에 그리하신 것입니다. 사모님은 목회하시는 목사님을 돕기 위해 환갑을 바라보시는 지금까지도 직장을 계속해서 다니고 계십니다. 사모님의 고정 수입이 없으면 가정 뿐 아니라 교회에도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피고한 몸이지만 주중에는 직장에 매이고 주말이면 교회를 섬기느라 잠시도 쉴 시간이 없으셨습니다. 그런 사모님에게 작은 위로를 드리기 위해서 무명의 권사님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신 것입니다.

그 일로 사모님은 주변으로부터 많은 인사를 받으며 그럴 때마다 웃음을 지어 보이시는 것이었습니다. 병석에 누워서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집 사람도 잠시 아픔을 잊고 그 말에 감동을 받아 말하길 “아니 그렇게 사려 깊으시고 훌륭하신 권사님이 사모님 교회에 계셨군요” 하면서 함께 기뻐했습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47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