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5주년 기념일에 목사님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결혼 25주년 기념일에 목사님과 사모님을 초대하고 싶다는 연락을 수일 전 전화로 받았다. 한 동안 잊고 지냈는데 C 집사님 부부를 필자가 섬기는 교회에서 결혼식을 행한지가 벌써 25년의 세월이 지난 것이다. 그랬다. 지금처럼 뜨거운 여름 날 이었다. 지금도 그 날을 잊을 수 없는 것은 너무 뜨거운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결혼식에 참석했던 하객들 가운데 가장 많았던 말은 이렇게 날씨가 뜨거운 것은 신랑과 신부의 사랑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라는 말을 했었던 것이다. 집사님의 가정은 세 아들을 두고 있다. 쌍둥이 두 아들은 대학을 졸업했고 막내는 아직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집사님 가정이 필자에게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결혼식을 거행하기 전 몇 번의 만남을 통하여 결혼의 원리, 의무, 행복한 결혼 생활에 대해서 상담을 하면서 다짐을 받았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결혼 10주년 때마다 주례자와 만나서 그 동안의 결혼 생활에 대해서 보고를 하라는 것이었다. 특별히 결혼 10주년 기념일 때는 두 분이 신혼여행을 갔던 곳으로 필자도 여행을 보내라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많은 결혼식을 주례했지만 결혼 10주년에 신혼부부가 여행을 갔던 곳으로 우리 내외도 여행을 보내 달라고 주문을 했던 것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물론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집사님과 스스럼없는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학습과 세례를 베풀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 말을 했던 것을 필자도 까맣게 잊고 지냈던 것이다. 그런데 10주년이 되는 해 여름 이었다. 집사님 부부로부터 본인들이 10년 전 신혼여행을 다녀온 하와이로 우리 부부를 여행 보낸 것이다. 당연히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선물을 받고서 너무 놀랐던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에는 부모님을 비롯한 형제자매들이 알라스카 크루즈 여행을 할 때 우리 내외를 초대하여 함께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여러 번의 결혼식 주례를 해왔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런데 C 집사님 부부는 변함없이 우리 부부를 기쁘게 했던 것이다.

그래서 가끔씩 오가며 집사님을 생각할 때마다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되며 특별히 하나님께 감사하게 되는 것은 귀한 만남을 허락하셨기 때문인 것이다. 지금은 한 교회를 섬기지 아니하지만 섬기는 교회는 달라도 교제는 계속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서로 위로하며 수시로 전화로 안부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즐거운 만남의 시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25주년 결혼기념일을 남편과 아내 둘이서 보내지 아니하고 주례목사님을 좋은 식당으로 초대해서 함께 보낸 시간은 두 분 뿐 아니라 우리 내외에게도 특별한 날로 오래도록 기억이 될 것이다. 살아가면서 많은 대접을 하고 또 대접을 받기도 했지만 이렇게 기쁘고 즐거운 대접은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주의 종으로 살아온 것에 대한 보너스라고 느껴지기에 더욱 뿌듯한 행복감에 젖어드는 것이다. 지금의 내가 목회자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런 귀한 분들을 만날 수 있었겠는가? 이런 위로와 감사는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민 목회자로서 지나온 긴 세월 동안의 경험을 보아서 집사님 부부와의 만남은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더 귀한 만남으로 발전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지금까지 늘 그래왔었던 것처럼 또 다른 10년 후 더 멋진 장소에서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나게 될 것을 알기 때문인 것이다.

집사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며 이전보다 더 축복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크게 돌리시는 가정의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4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