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사모님이 그래도 살아 있는 것이 났습니다

3-4년 전의 일로 기억이 됩니다. 동일한 지역에서 사역하시는 목사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저보다는 연배가 거의 10년 이상 많으신 C 목사님이십니다. 지난 35여 연간 지척의 거리에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그 동안 목사님은 저보다 더 무거운 가족의 짐을 오래전부터 감당해 오셨습니다.

아들만 둘을 두셨는데 30여 년 전에 심장 수술을 했습니다. 미국이 아니면 생명을 보전할 수 없었는데 미국에 왔기에 여러 번의 심장 수술을 통하여 생명을 유지해 오다가 가정을 이뤘고 손자 손녀를 두었으나 수년 전 결국 심장병으로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보내야 했습니다. 그로 인하여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마음의 큰 짐을 지고 사셨습니다.

큰 아들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둘째 아들이 대학 1 학년 때 집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학교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하여 친구와 함께 가다가 그들이 탄 차가 앞에서 달리던 대형 트럭을 들이 받으므로 목뼈가 물어지는 큰 사고를 당했습니다. 여러 번의 수술을 했지만 그 사고로 평생을 하반신 마비로 살아야 합니다.

아들에게 도움을 받으셔야 할 노년의 나이 임에도 불구하시고 목사님은 평생을 불구자로 살아가야 하는 둘째 아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일만이 아니라 항상 곁에서 함께 살아야 하시며 소 대변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외출할 때마다 앉고 일어서는 일부터 휠체어를 밀어주는 일을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해오고 계십니다.

그게 다가 아닙니다. 사모님도 건강이 좋지 않아서 오랫동안 병을 가지고 있어서 그 뒷바라지를 감당 하시느라 많은 고생을 하셨습니다. 결국 사모님은 5-6년 전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지금은 70 중반의 연세에 둘째 아들을 돌보며 함께 살아가고 계십니다. 그 목사님이 제게 전화를 주신 겁니다.

이 목사님! 얼마나 힘드세요! 제가 경험을 해 봐서 목사님이 많이 힘든 것 잘 압니다. 많이 힘들어도 한 가지 꼭 알아야 할 것이 있어서 전화를 했습니다. 이 사모님의 오랜 병원 생활로 심신이 매우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살아서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이며 감사한지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C 목사님은 사랑하는 아내가 너무 힘들게 살아왔기에 그럴 바에는 차라리 세상을 떠나 주님의 나라에서 안식을 누리는 것이 낫지 아니할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지만 막상 곁을 떠나고 나니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 가운데 떠나가는 것이 본인과 남은 가족에게 결코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서 옆에 있어 주는 것이 은혜요 축복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지난 수년 간 아내가 어려움을 당할 때마다 목사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래도 그 말의 의미를 체휼 적으로 느끼지는 못했는데 집 사람이 떠나고 나서 3개월이 지나는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하셨는지 피부로 절실하게 느껴지고 있는 것입니다. 집 사람이 세상을 떠나기 일 년 여 전부터는 기도를 중단했습니다. 그런 몸의 상태로 더 산다는 것은 본인에게 더 고통을 주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도할 때마다 집 사람의 건강 회복을 위하여 기도하지 아니하고 주님 뜻대로 하시라고만 기도했습니다.

그 동안 몇 차례 집사람의 무덤을 방문했습니다. 갈 때마다 아무런 느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홀로 돗자리를 펴고 앉았는데 내 마음의 생각과는 다르게 갑자기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것을 억제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눈물의 의미는 무엇이지? 아내가 내 앞에서 가파른 숨을 멈출 때도 그런 감정은 없었습니다.

장례식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도 눈물이 없었습니다. 아내를 보내고 나서 그런 느낌을 받아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그 날의 눈물을 보면서 다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이제는 내 품에서 떠난 것을 실감한 것입니다. 아마도 그 눈물은 나의 내면의 눈물이었음을 인정합니다.

병든 아내를 돌보는 것이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서 곁에 있는 것이 낫다고 하신 선배 목사님의 말씀의 의미가 깊이 느껴지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C 목사님 깊은 권면의 말씀을 이제서 알고서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나보다 더 몇 배가 넘는 무거운 가정의 짐을 지고 가실 때 변변한 위로가 되어 드리지 못했음을 진심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4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