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죽어가는 강아지를 위한 안수기도

집 사람의 오랜 투병생활을 통하여 만난 귀하신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인연이 아니었으면 만날 수 없는 분들이십니다. 그 중에는 신실한 사명감으로 환자를 위하여 성심으로 수고하시는 의사 분들이 계십니다. 진심으로 존경이 가고 오래도록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하는 고마우신 분들이십니다.

그 중에 오늘은 특별한 분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집 사람이 십 수 년을 방문하던 암 병원 진료소의 매니저를 담당하시던 Lee 선생님이십니다. 그 분을 안 것은 15-6년 전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정말로 귀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집 사람이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병원에 있으면서 제게 부탁을 했습니다.

200불을 이 매니저님에게 보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 매니저님이 강아지를 13년 째 자식처럼 키우며 사시는데 그 강아지가 암으로 생사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매니저님에게 강아지는 자신의 생명과 같은 것이기에 죽어가는 생명을 지켜보는 마음이 너무 안됐다는 것입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아내의 그런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가까운 사람의 죽어가는 것도 아니고 먼 이웃의 죽어가는 강아지를 위하여 위로금을 보내라는 것은 상식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거절하지 못한 것은 본인도 암으로 생사의 위기에 처한 상태에서 청한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체크를 동봉하면서 매니저님이 그토록 사랑하는 “둘리”를 위하여 좋아하는 것을 사 먹게 해 주시라며 이는 집 사람이 원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후 한 달 만에 집 사람은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당시의 매니저님은 수년 전에 병원 일을 그만두고 가게를 하기 때문에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어느 주일 오후에 매니저님은 집 사람의 무덤을 방문하길 청했습니다. 그 때 만난 매니저님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강아지 둘리를 동반하고 왔습니다. 그 때가지만 해도 강아지도 암으로 죽어간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말을 간혹 듣기는 했어도 실제로 암에 걸린 강아지를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백색의 작은 강아지 둘리는 암 덩어리가 목 뒤쪽에서 시작하여 얼굴을 뒤덮으면서 눈의 한 부분까지 가릴 정도가 되었습니다. 민첩하고 활발하게 활동해야 할 강아지가 제도로 움직이지를 못합니다. 자기 몸 하나 감당하기도 힘든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둔한 나의 마음도 안쓰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매니저 품에서 둘리를 손으로 받아 내 품으로 끌어안고 기도하기를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그냥 기도가 아니라 아픈 부위에 손을 얻고 안수 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기도를 해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런 기도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강아지 주인이 원해서 하는 기도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제 마음이 그렇게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하나님! 이 시간 매니저님이 생명처럼 아끼시는 둘리를 위하여 기도드립니다. 둘리의 생명은 보통의 생명이 아닙니다. 지난 13년 동안 매니저님의 삶의 한 부분으로서 함께 살아온 생명입니다. 지금 그렇게 사랑하는 둘리가 암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둘리만 죽는 것이 아니라 둘리를 사랑하는 매니저님의 마음이 너무 아프고 슬픕니다. 모든 생명은 나고 죽습니다. 죽지 않는 생명은 없습니다. 그래도 이 시간 감히 주님의 이름으로 구하는 것은 둘리 까닭에 매니저의 마음이 아프지 않게 해 주시길 기도드립니다. 그리고 가능하시다면 더 오랜 시간 매니저와 함께 하게 해 주세요!

기도를 마치고 산에서 내려오는 동안 내가 지금 무슨 기도를 한 것이지! 강아지의 병 고쳐주심을 위하여 기도한 것입니다. 그것도 그냥 기도가 아니고 안수하고 기도한 것입니다. 신학적으로 이런 기도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하면서도 그래도 후회하지 아니하는 것은 매니저님의 아픈 마음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된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후 둘리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둘리를 자식처럼 의지하고 살았던 매니저님이 그 일로 큰 상심에 빠질 것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염려와는 달리 감사하는 마음을 전해 오셨습니다. 오랫동안 교회와 주님을 떠나 살아 왔었는데 둘리의 생명을 통하여 주님을 다시 의지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5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