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외동 딸 다은이 엄마의 큰 아픔

지난 주간 교회 사무실에 머무는 동안에 평소 알지 못하는 분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기의 발달로 요즘은 전화가 울림과 동시에 상대방의 전화번화가 나타나기에 알지 못하는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대부분 광고전화나 사기성 전화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그 날도 망설임 끝에 통화를 거절 했지만 반복해서 오기에 마지못해서 받았습니다. 전화기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가냘픈 여성의 목소리였습니다. 그것도 한국인이었습니다. 다급한 목소리로 저를 찾는 전화였습니다. 전화를 하는 곳은 제가 사는 곳에서 자동차로 3시간 거리인 샌디에고에 사시는 분의 전화였습니다.

전화의 내용은 자신의 14살 난 외동딸이 2 년 전부터 재생불량성빈혈로 투병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 치료를 위하여 백방으로 노력하던 중 인터넷을 통하여 자신의 딸과 같은 병명에서 완전한 치료를 받은 필자의 기사를 만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렵게 여러 경로를 통하여 전화번호를 알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전화를 받는 순간 잃었던 지난날의 암흑과 같은 시절, 죽음의 긴 터널에서 헤맸던 절망의 수많았던 날들이 기억에서 살아나면서 다은이 엄마와 어린 다은이가 당했을 고통과 앞으로 겪어야만 할 많은 시련과 역경을 생각하면서 그 일들이 남의 일로만 느껴지지 아니하여 매일 기도하는 기도 제목에 다은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래전에 필자가 그러했듯이 아직 삶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죽음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는 어린 다은이가 자신 앞에 성큼 다가오고 있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그림자를 의식한다는 것은 정말로 슬프고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시 살 수 있는 길은 오직 주님의 도우심뿐임을 알기에 기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를 살리신 주님! 늘 주님께 감사하며 산다고 했지만 다은이를 생각하니 주님께 더 감사하지 못한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다은이를 살려 주세요! 죽을 수밖에 없었던 저를 주의 종으로 살게 하신 주님! 다은이 에게도 동일한 은혜와 복을 주셔서 가정과 이웃을 구하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쓰임 받는 종이 되게 해 주세요”

4년 전인 어느 날 오랫동안 집 사람의 주치의였던 Dr. Han 암전문의사와 대화를 나누던 중에 지금도 재생불량성빈혈 환자가 있느냐고 질문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환자 중에도 몇 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그 병에서 나음을 받았다고 했더니 그럴리가 없다고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4 년 전이긴 하지만 그 때 까지도 치료 방법이나 약이 없다고 말을 하면서 아마도 내가 앓았다는 병은 오진이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나의 주치의는 세브란스의과대학병원의 내과 과장이셨던 채응석 교수님이셨고, 미국에서의 주치의는 UCLA의과대학의 혈액과 주임교수인 DR. Nicolas Costea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Dr. Han은 그래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의아해 하셨습니다. 다은이 엄마와 긴 시간 통화를 하지 못했지만 지난 2 년 동안 온 가족이 당했을 절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어린 딸이 당하는 아픔을 보면서 대신 아파주지도 못하고 부모로서 치료할 병원과 의사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정말로 큰 슬픔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차라리 어린 딸을 대신해서 대신 아파 줄 수 있다면 백번 천 번 그리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전화로 대화를 나누던 중에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딸과 같은 어려운 병명에서 치료 받고 지금도 살아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은이 엄마와 다은이 에게는 희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은이와 다은이 어머니를 한 번도 만나 본 일이 없지만 타인처럼 느껴지지 아니하고 오랫 동안 교제를 나누어 오던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은 저들을 통하여 잃었던 지난날의 나의 모습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며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 회복하고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위로와 치료의 은사가 다은이 에게도 속히 나타나시길 축복하며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5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