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나는 날라리 장로입니다”

남가주를 26년 만에 기록적으로 뜨겁게 달구던 살인적 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7 월의 두 번째 주일이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 타운에서 일 년 전 교회를 설립하고 꾸준하고 성장해 오던 H N 교회가 창립 1 주년을 기념하는 감사예배를 주일 오후 4 시에 드리고 있었습니다. 필자는 기념 예배에 초청 받아 말씀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설교가 끝난 후 축사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창립 1주년을 축하하는 내빈의 시간이었습니다. 두 분이 축사로 단에 서셨습니다. 먼저는 한인 타운에서 존경 받으시는 원로 목사님이 축사를 하셨고 이어서 본 교회를 담임하시는 P 목사님이 자신의 외사촌 형님이라고 소개하면서 멀리서 오신 순서에도 없는 장로님을 단에 불러 세우셨습니다.

단에 서신 장로님은 이런 말로 축사가 아닌 자신의 신앙 간증으로 말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여러분! 나는 날라리 장로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기념 감사예배에 참석한 50여 분 모두는 귀를 의심해야 했습니다. 날라리 장로라는 말은 진짜 장로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름뿐인 장로라는 말입니다.

가짜 장로라는 고백이었습니다. 누가 자신을 향하여 그렇게 말을 해도 화가 나고 인정할 수 없을 터인데 그날 그 장로님은 강단에서 입을 열자마자 힘주어 그 말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말을 공적인 장소에서 선언하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말은 이러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교회 강단에 서본 것이 처음이기에 축사를 해 본 일도 없어서 어떻게 덕담의 말을 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자신의 가정은 조상 대대로 부처를(절) 유별나게 믿어 왔다고 하셨습니다. 골수분자라고 하셨습니다. 어느 정도로 절을 섬겨왔으면 지금도 한국 고향의 절에는 자신들의 이름이 달려 있다고 했습니다.

엄한 가정에서 자라난 자신이 예수를 믿고 장로가 된 것은 전적으로 어머니의 은혜 이었다고 하셨습니다. 12 남매를 거느린 어머니가 가문에서 처음 예수를 믿으시므로 형제들이 예수를 믿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불교 가정에 시집 오셔서 예수를 믿기까지 어머님이 겪으셔야 했던 아픔이 어느 정도였음을 장로님의 간증을 통하여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신만 장로가 된 것이 아니라 위로 두 분 형님도 장로님으로 교회를 섬기고 있으며 더욱이 신기하고도 자랑스러운 것은 자신의 집안에선 처음으로 외사촌 동생이 목회자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 한분으로 가정만 아니라 일가친척이 구원에 동참하는 놀라운 축복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가 자신을 날라리 장로라고 공적인 장소에서 말을 하는 것은 지금까지 교회를 섬겨오는 동안 교회 장로로서 말이나 행동에 조심하면서 실수하지 아니하고 교인의 의무와 행동을 해 왔다고 했습니다. 그것으로 교인의 사명을 다하는 것으로 생각하신 것입니다. 그 정도면 잘 믿어왔다고 자부했습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책임을 감당할 때는 온 마음과 정성으로 감당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정도면 나는 멋있는 장로, 장로다운 장로라고 여겨 온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잘 믿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그의 믿음이 진짜가 아니었다고 하셨습니다. 어느 날 거듭나는 체험을 하게 되신 겁니다.

자신의 의지나 생각에도 없었던 성령을 체험하게 되셨습니다. 그 날 이후 자신의 믿음이 잘못된 믿음이었음을 깨닫게 되신 겁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세월 동안 교회를 섬기며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라고 하신 겁니다. 그러시면서 날라리 장로님은 우리를 향하여 이렇게 외치고 계셨습니다.

지난날의 어리석었던 자신처럼 이 자리에 함께하신 여러분도 나처럼 날라리 교인이 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름뿐인 교인이 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형식적인 교인이 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유는 교회 다닌다고 다 구원 받지 못하며 교회 다닌다고 다 천국에 가지 못한다고 선포하셨습니다.

예수를 믿는 것은 은혜이며 축복이라고 하셨습니다. 믿음의 결국은 천국을 상속 받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선 누구도 예외 없이 거듭나는 믿음, 성령의 사람이 되어서 구원의 주님을 바르게 믿고 증거하는 모두가 되어 달라고 주문하셨습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5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