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선물한 백정숙 권사님

큰 아빠 어떻게 하면 좋아요? 다은이 아빠의 생명이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답니다. 11월 12일 월요일 아침에 북가주에 살고 있는 동생 부인이 전화로 알려온 내용이었다. 다은이 아빠는 북가주 지역의 KCCC 간사로 사역을 하고 있는 37세의 젊은 목사로 8살 5살의 어린 두 딸을 두고 있습니다.

3년 여 전부터 뜻하지 아니한 갑작스런 질병으로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었습니다. 영어 병명으로는 ALS, 한국 병명으로는 루케릭으로 온 몸의 신경이 죽어가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에는 손발을 움직이지 못할 뿐 아니라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혀도 움직일 수가 없어 음식도 넘기지 못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에 아버지 선교사를 따라 루마니아로 떠나서 지금까지 타향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평생을 선교사로 사역하시는 목사님의 아들 목사이기에 하나님이 그대로는 이 목사님을 데려가지 않으실 것으로 생각하고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기도의 이적을 위해서 쉬지 아니하고 기도해 왔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기도와는 달리 이 목사님의 건강은 날로 쇠약해져 가더니 결국에는 주님의 부르심을 받기에 이른 것입니다. 그것도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고 선고 받았던 날을 다 채우지 못하고 3일만 인 지난 11월 14일 수요일 저녁에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걱정하던 일이 현실로 다가온 것입니다.

떠나간 사람을 위해서 남은 가족이 해야 할 일은 장례식을 치르는 것입니다. 가난한 목사의 삶이기에 장례식을 위해서 준비해둔 것은 없었습니다. 전화로 장례절차를 물었더니 필자가 살고 있는 LA와 달리 북가주는 최소 5만 불의 비용이 든 다는 것이었습니다. 묘지 값이 2 만 불이기 때문입니다.

목회자로서 장례식의 경험이 많은 필자는 동생 부인에게 강력하게 권고했습니다. 장례식을 위해서 그렇게 많은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할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 재정 형평으로 무리해 가면서 장례식을 할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차라리 어린 두 딸의 장래를 위하여 단돈 얼마라도 절약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두 가지로 제안을 했습니다. 첫째는 시신을 화장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부활을 믿는 우리들에 게는 매장이나 화장의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화장을 하면 장례식 경비를 1/3 수준으로 절약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여의치 아니할 때는 북가주에서 장례식을 행한 후 필자가 있는 이곳으로 시신을 옮겨와 매장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경우 북가주에서의 장례 경비의 1/2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감동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고인이 생전에 섬기고 출석하던 리치몬트침례교회 백정숙 권사님이 모두를 놀라게 하셨습니다.

젊고 신실했던 목회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위해서 평소 자신이 죽으면 사용하시려고 준비해 두신 묘지를 고 이준은 목사님을 위해서 아무런 조건 없이 기쁜 마음으로 기증해 주신 것입니다. 자신의 묘지를 기증하시면서 하시는 말씀은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화장을 해 달라고 하시면서 기증을 하신 것입니다.

전화로 그 소식을 들으면서 하나님의 크신 사랑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 시대에 어떻게 이런 귀한 희생과 사랑을 만날 수 있습니까? 백정숙 권사님의 크신 사랑을 통하여 고 이준은 목사의 짧은 생애가 실패한 사역, 기억에서 잊혀져간 인생이 아니며 헛되게 산 것이 아님을 알게 하셨습니다.

고인이 그토록 사랑했던 남기고 간 어린 두 딸에 대해서 염려하던 필자의 마음에 주의 음성이 들리는 듯합니다. 시편 37편 25-26절의 말씀입니다. “내가 어려서부터 늙기까지 의인이 버림을 당하거나 그 자손이 걸식함을 보지 못하였도다, 저는 종일토록 은혜를 베풀고 꾸어 주니 그 자손이 복을 받는 도다”

세상은 말하길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세상에 와서 천국을 얻고 돌아갑니다. 홀로 가는 것이 아닙니다. 가정을 얻고 갑니다. 천하보다 귀한 자녀들을 얻고 돌아갑니다. 축복의 믿음의 씨앗을 만대로 뿌리 내리고 주님께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5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