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1)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연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 같이 나오리라”
욥기 22장 10절의 말씀입니다. 위의 말씀은 나와는 상관이 없는 말씀으로만 알았습니다. 그런 이 말씀을 이해하기 까지는 많은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나에게는 없을 줄 알았던 인생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제서 이 말씀의 의미를 조금은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가는 길을 내가 계획하고 가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지난날들을 돌아보니 내가 나의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이 예비하신 길을 주의 인도하심을 따라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알지 못하던 때는 내가 나의 삶을 사는 줄 알았기 때문에 하나님의 뜻을 생각지 못하고 자기 잘난 멋에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로 20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란 많은 의사들의 말에도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나의 수고와 노력의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전적으로 하나님의 도우심이었습니다. 그 하나님의 은혜로 미국에 삶의 경계를 허락 받아 반세기 가까이 이 땅에서 가정을 이루며 교회를 담임하는 목회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미국에 올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런 나를 하나님의 강권적인 방법으로 이 땅으로 인도하셨습니다. 짧지 않은 지난 삶을 살아오면서 여러 번의 위기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나의 삶에 결정적인 어려움을 주었던 것은 젊은 시절 죽음의 그림자에게 쫓김을 당하던 때였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42 년 동안 부부로 살아온 집 사람이 17년 동안 암으로 힘든 삶을 살아야 했던 때였습니다. 두 번 다 쉽지 않은 시련과 고통이었지만 이보다 더 심각하고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아들이 어려운 병으로 생사의 귀로에 놓이게 되었을 때였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에게 기쁨과 소망을 주던 아들이었습니다.
자라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아온 아들이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학교로부터 선별 교육을 받았습니다.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는 것도 학교의 지도로 부모인 우리도 알지 못하는 교육을 받게 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들어간 것이 Los Angeles County 안에 두 개의 교실 밖에 없는 특수반에 배정을 받았습니다.
일명 Medical Magnet 프로그램에 들어간 것입니다. 이 반에 속한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선 대형 병원에서 500시간 이상 자원 봉사를 이수해야만 합니다. 학교는 학생이 봉사할 병원을 지정해 줍니다. 그러면 배정 받은 병원에서 자원 봉사자로 일하기 위해선 먼저 지정 받은 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건강에 이상이 없을 경우 봉사자의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한 번도 건강에 이상이 없었던 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건강 검진 과정에서 아들이 중한 병에 걸린 것이 발견 되었습니다.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아니하는 것이긴 하지만 아들의 간에 cooper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있으면 신경 계통의 심각한 문제가 온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당장 학업을 중단하라는 것입니다. 아들의 남은 생명이 수년 이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가면서 뇌신경이 상처를 당하여 공부를 하지 못할뿐더러 온 몸이 굳어져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당장 간 전문 의사를 찾아서 상담을 받으라는 것이었습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은 이런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천병력이라고 했던가요? 정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습니다.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의 가정에 부인도 말기 암 환자인데 하나 뿐인 아들도 치료가 되지 않는 불치병에 걸렸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정말로 내가 하나님이 인정하시는 목사이긴 한 건가?
나의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혹시 내가 하나님께 큰 죄를 범한 것은 아닌가? 의사로부터 아들이 치료할 수 없는 불치병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아들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었습니다. 부인의 얼굴도 볼 수가 없었고 두 딸의 얼굴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도 부끄럽고 너무도 당황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가족이 서로 얼굴을 대하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얼마나 무겁고 힘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그때부터 한 동안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이 일을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기만 했던 것입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5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