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교회는 왜 성전 봉헌 예배를 드리지 않습니까?

33년 동안 사용하던 예배 처소를 매각하고 새로 하나님께 선물 받은 교회 건물로 이사 온 지 3개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새 건물 열쇠를 받고 첫 예배를 드리는 주일 날 성전 이전 감사예배를 드리긴 했지만 우리 교회 사정을 아는 주변의 동역자들이 “언제 봉헌예배를 드리십니까?” 라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습니다. 페이먼트가 없는 성전 건물을 받았기에 처음부터 이전 감사가 아닌 봉헌예배를 드리려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성전봉헌감사예배] 순서지를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봉헌예배를 취소한 이유가 있습니다. 목회자에게 가장 아름다운 기억이 있다면 성전 봉헌예배를 드리는 것입니다.

이는 원한다고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성전을 허락 받아도 건물 빚을 다 갚기 전에는 하나님께 봉헌을 드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필자가 섬기는 교회가 받은 성전은 전액 현찰을 지불하고 샀기에 빚이 없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봉헌 예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봉헌예배 일자를 정했습니다. 예배 순서자를 정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음에 특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헌예배를 드리기에는 뭔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하나님이 봉헌 예배를 기뻐하지 않으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중 새 성전 구입을 위해서 특별 헌금을 한 분이 한 사람도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성전을 받기 위해서 우리가 장소와 건물을 선정하지 않았습니다. 성전 구입 특별헌금도 드리지 않았습니다.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주님이 강권적으로 역사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은혜로 받은 건물을 가지고 마치 우리가 땀과 정성을 드려서 이룬 것처럼 하나님께 봉헌 한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 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도 봉헌 예배를 드리라는 가까운 친구 목사님들의 권면이 있었지만 나의 마음이 허락지 않았습니다. 이런 마음은 당분간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받은 선물을 감사함으로 사용하는 것을 주님이 원하시고 기뻐하실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새 장소로 이사를 오고 나서 주일 예배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전에는 두 교회가 한 지붕 아래 예배를 드렸습니다. 25-6년 동안 스페니시교회가 우리가 사용하고 난 주일 오후에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새 장소로 오고 나서 두 교회가 더 늘었습니다. 20년 동안 미국교회를 빌려서 사용해 오던 친구 목사님이 갑자기 예배 처소를 옮겨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그런데 예배처소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로인하여 교회를 문 닫아야 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가 드리는 오후 1시 예배를 중단하고 그 시간 친구 목사님 교회가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배려해 드린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교회는 우리가 이사 오기 전부터 현재의 교회당에서 예배를 드려왔었습니다. 그 교회까지 예배를 허락했습니다. 그래서 오전 11시는 평강교회가 사용하고, 오후 1시는 부활교회가 사용하며, 오후 3시는 갓피플교회가 사용하고, 오후 5시는 스페니시교회가 예배드리고 있습니다.

교회를 개척하고 나서 5년 만에 처음으로 교회당 건물을 구입했을 때입니다. 어느 날 스페니시 교회 목사님이 교회를 방문하셨습니다. 예배 처소를 허락해 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벌써 25-6년 전의 일입니다. 그 때 염려 속에서도 교회당을 스페니시교회에 거절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교회를 개척하고서 예배 처소가 없어 두 달 동안 다저스 야구장이 있는 엘리시안 공원에서 야외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 두 달 동안 예배 처소를 빌리기 위해서 K 장로님과 수십 곳을 방문했었습니다. 그러나 쉽게 허락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허락받은 곳이 흑인 침례교회당으로 주일 예배를 오후 1시 반에 허락 받았습니다.

그 때의 어려움을 경험했기에 스페니시교회를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5-6년 동안 그 때의 결정으로 스페니시교회를 통하여 우리가 큰 은혜와 감동을 지금도 계속해서 받아오고 있습니다. 언어는 다르지만 예수 안에서 한 형제요 참 믿음의 본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지붕아래 4교회 예배를 주님이 기뻐 받으실 것을 믿습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6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