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를 위하여 강단에 물을 바치셨던 K 권사님을 생각하며…

지난 달 심한 독감으로 두서너 주간 고생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렇게 심한 감기로 어려움 당해보기는 처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 어르신들의 말씀이 나이가 더해 갈수록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시던 말씀이 기억이 됩니다. 언제나 건강이 나와 함께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병원 의사의 처방으로도 쉽게 낮지 않아 항생제 처방을 세 번이나 받아야 했습니다. 그래도 기침이 멈추지 아니하자 폐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되어 폐 X-Ray 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다행히 폐에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설교하기 위하여 강단에 설 때마다 그리워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35년 동안 설교자를 위하여 강단에 정성으로 준비해 차를 올리시던 권사님의 사랑과 섬김의 손길입니다. 물론 지금도 설교시마다 강단에 설교자를 위한 찻잔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물과 K 권사님이 올리시던 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의 물은 늘 같은 찻잔에 같은 종류의 물입니다.

그러나 K 권사님이 바치시던 물은 잔부터가 다릅니다. 매 주일 같은 잔이 올라오는 법이 없습니다. 강단에 올리는 차의 내용에 따라 찻잔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얼음덩어리가 찻잔 속에 함께 올라옵니다. 겨울에는 뚜껑이 있는 찻잔이 올라와 설교하는 동안 따뜻한 차 안의 온기가 식지 않게 합니다.

K 권사님이 강대상에 올리시던 물이 지난 달 더욱 그립게 느껴지는 것은 권사님이 바치시는 물은 그냥 물이 아닙니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귀 동냥을 하시어 이름 있고 몸에 좋다는 차를 발품 팔아 구입해서 정성으로 강단에 바치시는 겁니다. 한 번도 같은 내용의 물을 연속적으로 올리지 않으셨습니다.

권사님은 이를 위하여 매일 기도하셨습니다. 특별히 다음에는 어떤 차로 설교자를 도울까에 대하여 기도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의 건강 상태를 늘 세심하게 살피시곤 기도를 하시는 겁니다. 권사님이 그렇게 매의 눈으로 관찰하시고 기도하시는 것은 직업에서 얻은 관찰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사님은 평생을 약사로 사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차가 어떤 때 좋은 것이라는 것을 잘 아시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35년 동안 강단을 지켜오면서 공 예배시마다 강단에 올리신 차의 종류는 너무 다향 했습니다. 아마도 그렇게 많은 종류의 차를 마셔본 설교자도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주일 낮 예배, 주일 오후예배, 수요예배, 금요기도회시마다 강단에 물을 올리십니다. 어느 날 권사님이 바치신 찻잔의 수를 세어 보았습니다. 한 주일에 기본적으로 4 번을 바치십니다. 그러면 1년이면 208잔이고 십년이면 2,080잔이며 35년 간 그 일을 해 오셨으니까? 7,280잔이 계산되었습니다.

그 외에 교회 내 여러 가지 다른 행사까지 합하면 필자가 권사님에게 대접받은 찻잔의 수는 7,500잔은 족히 되고도 남을 것입니다. 이를 계수하다가 주님의 말씀이 어느 날 기억이 되었습니다. 마태복음 10장 42절에서 “또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소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는 말씀입니다.

주님이 누구에게 이 말씀을 하시고 계시는 것일까요? 모든 사람에게 주시는 말씀이 아닙니다. K 권사님에게 주시는 말씀이라고 믿습니다. 교회 안에 그런 일꾼이 있을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다. 그런 정성과 사랑 그리고 기도로 봉사하신 수고를 주님도 아시기에 하늘에서 크고 아름다운 상으로 예비하실 것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지난 달 몸살을 심하게 앓으면서 권사님의 섬김을 생각하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은 90이 되신 고령의 몸이시기에 수년 전부터 강단에 물을 바치시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하시고 계십니다.

지금도 K 권사님이 건강하셔서 예전처럼 기도와 사랑으로 준비하신 물이 강단에 올라왔다면 기침 감기로 그렇게 큰 고생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권사님 감사합니다. 더욱 건강하세요! 주님이 권사님을 위해서 천국에서 예비하신 상급이 얼마나 아름답고 빛나는 것일지 기대하게 됩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6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