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화장실 청소를 수십 년 째 하시는 담임 목사님

친구 목사님 가운데 한 교회를 36년 째 개척해서 지금까지 섬기고 계신 P 목사님이 동일한 지역에 함께 살아가고 계십니다. 종종 만나서 목회 정보도 나누고 교회를 섬기면서 당하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함께 의논하는 목사님이십니다. 목사님과 친구로 지내기는 벌써 40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동갑내기 목사입니다. 오랜 시간 교제해 온 친구이기에 서로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우리가 어느 정도로 친한 사이인가 하면 둘 중 먼저 주님의 부르심을 받게 되면 남은 사람이 먼저 가는 친구의 장례식을 책임지기로 약속을 한 사이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운동을 마치고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친구 목사님이 섬기시는 교회의 화장실 청소를 지금까지 전담해 오고 계시다는 것이었습니다.

P 목사님이 섬기시는 교회의 화장실은 3개입니다. 필자도 여러 번 P 목사님의 교회를 방문했지만 그럴 때마다 교회 화장실이 마치 호텔 화장실처럼 깨끗하다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한 교회 화장실중 가장 청결하고 아름다운 화장실로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교인들의 작품인줄 알았지 담임목사님이 손수 하시는 줄 몰랐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교회 안에는 사역하시는 목사님이 2-3분이나 계셨고, 전도사님을 비롯해 믿음 좋은 권사님들이 많기로 소문난 교회였기에 담임 목사님이 화장실 청소를 수십 년째 해 오셨다는 것을 생각지 못한 것입니다. 교인들이 다른 청소는 다 하면서도 화장실 청소를 하지 아니한 것은 언제나 깨끗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곳은 청소를 하면서도 화장실은 청소를 할 필요가 없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교인들이 수십 년 동안 담임목사님이 화장실 청소를 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은 그런 내용을 한 번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P 목사님은 자신의 집 화장실은 교회 화장실처럼 정성 들여서 청소를 하지 못하신다고 고백하셨습니다. 그러면서 교회 화장실은 최고의 정성으로 봉사하신 겁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친구 목사님을 다시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그 날 그 고백을 듣지 않았으면 알 수 없었던 아름다운 비밀이었습니다. P 목사님이 그 말을 하시게 된 이유는 필자의 교회 권사님 중 지금은 소천 하셨지만 90이 넘으시기까지 30년 가까이 교회 화장실 청소를 해 오신 권사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말이었습니다.

30년 동안 우리 교회 화장실 청소를 전담해 오신 S 권사님은 주님의 나라에 가시기 전 병원에서 여러 달 입원해 계시는 동안을 제외하곤 죽도록 그 일에 충성하셨습니다. 교회 여러 가지 많은 봉사 중 가장 어려운 것을 말하려면 화장실 청소 일 것입니다. 말년에는 허리가 아프시어 고통을 당하실 때도 중단하지 않으셨습니다.

서울 종로에 있는 종교감리교회를 담임하셨던 목사님의 딸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교회 안에서 살아 오셨습니다. 그 옛날 대학 시절에 소프트볼 선수 생활을 하셨던 권사님은 그 인연으로 야구를 평생토록 좋아 하셨습니다. 권사님은 한 번도 남의 험담을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미소를 잃지 않으셨습니다.

수십 년 동안 화장실 청소를 해 오시면서 청소에 사용되는 도구와 재료들을 교회에 청구하지 않으셨습니다. 여자 화장실만 청소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남자 화장실까지 하셨습니다. 화장실 청소를 위해서 언제나 일찍 교회에 오셨습니다. 그래서 교회 내 남자 화장실을 출입하시는 권사님이란 Nick Name을 가지셨습니다.

나의 자랑 “남자 화장실을 출입하시는 권사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신 친구 P 목사님은 그 자리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나도 우리 교회 화장실 청소를 하는데요”라고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친구 목회자지만 그 말을 들으면서 하나님이 내게 주신 너무 귀한 동역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6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