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한 햇살이 빛나는 사월의 어느 봄날이 주는 행복

우리가 사는 이곳 Los Angeles는 여간해선 4월에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50년 가까이 이곳에서 살아오면서 4월에 금년처럼 많은 비를 경험하기는 처음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바이러스19로 움츠러든 마음으로 답답했는데 오늘의 밝은 봄빛으로 닫힌 마음이 열리는 듯 했습니다.

특별히 필자에게 기쁨을 가져다 준 것은 사무실 창가로 나타난 두 마리의 다람쥐 때문이었습니다. 일 년 전 33년 동안 사용해 오던 교회당 건물을 매각하고 지금의 교회당으로 이전하고 나서 교회당 주변에 20여 구루의 과실 수를 심었습니다. 그 중 일부에서 지난 해 사과와 복숭아 감 블루베리 등이 열렸습니다.

봄을 맞은 지금 나무마다 새순과 과실수 꽃들이 피고 지면서 새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리고 있습니다. 요즘 그 과일들이 커가는 모습을 매일 확인하면서 하나님의 창조의 원리에 순종하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겨울 동안 잠자던 나무들이 다시 살아서 잎과 꽃을 피우고 결실하는 모습이 너무도 보기에 좋습니다.

누가 보던지 아니 보던지 각 나무마다 심겨진 장소에서 자신들의 본분과 사명을 하나님과 세상 앞에 최선을 다하여 감당하며 충성하는 모습을 나타내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 중 사과나무엔 지난 해 열렸던 10개의 크고 작은 사과들이 아직 나무에 그대로 달려 있는데 요즘 들어 그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것이 다람쥐의 소행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다람쥐가 사과를 따 가지고 도망가는 것이 현장에서 필자에게 목격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현장을 목격하였는데도 다람쥐가 밉다는 생각이 들지 아니한 것입니다. 도리어 그 작은 손으로 무거운 사과를 움켜쥐고 뒤뚱거리며 힘들게 도망가는 모습이 너무도 귀엽고 예쁘게만 보였습니다. 일상의 삶에서 이처럼 야생돌물로 인하여 웃음과 행복을 느껴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다람쥐가 미울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우리교회 마당 뜰을 찾아 준 것이 고맙게 느껴진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다람쥐와 이렇게 가까이 만나본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와 가까이 함께 할 수 없는 동물로만 알았는데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우리만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만물을 창조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우리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 창조 받은 만물들이 다 이 땅의 주인인 것입니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인 것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교만하여 다른 피조물들을 지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창세기 1장 28절에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 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하나님은 우리로 만물을 다스리라고 하셨지 지배하라고 하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요즘 코로나바이러스19로 인하여 대기의 공기가 좋아졌다는 뉴스를 듣고 있습니다. 교통량이 줄고 공장 가동률이 현저하게 줄어 상대적으로 대기오염 방출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 동안 세계는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구 도처에서 자연이 힘들다고 여러 가지로 우리에게 사인을 보내는데도 우리는 이런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아니한 것입니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19로 인하여 우리가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지상의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생각해 봅니다. 나라와 나라가 연합하고 대륙과 대륙이 연합하여 새로운 질서로 온 인류가 더불어 살아가는 평화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을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sub_read.html?uid=26484&section=section3&secti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