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화상으로 참여한 어느 임종예배

지난 토요일 오전에 지인으로부터 카톡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한 시간 후에 진행될 어느 분의 임종예배를 알리는 내용이었습니다. 필자도 아는 L 목사님 사모님이 오랜 시간 동안 어려운 병으로 투병을 해 오시다가 병원에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의사의 권유로 임종예배를 드리게 된 것입니다.

요즘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병원 중환자실에서 진행되는 임종예배는 남편 한 사람만 병실에 머무는 것이 허용되어 타주에 사는 자녀들이 임종을 지키기 위해서 왔지만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필자도 어려움 당한 목사님 부부와 오랫동안 교제를 나누어 왔기에 참석해서 가족을 위로하고 싶었지만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Zoom 화상을 통하여 임종예배를 마치고 나서 두 시간여 만에 L 사모님은 길고 깊은 고난의 터널을 벗어나 다시는 아픔과 눈물이 없는 주님의 나라로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필자가 L 목사님 부부와 인연을 맺은 것은 남가주목사장로부부찬양단을 통해서였습니다. 남편 되시는 L 목사님은 지휘를 맡으셨고 사모님은 반주를 하셨습니다.

반주를 하셨을 때도 병이 중한 상태셨지만 그 힘든 몸으로 주변 누구에게도 힘들다 말하지 않으시고 늘 화사하게 웃는 얼굴로 정성을 다하여 기쁘게 섬겨 주셔서 단원 모두가 큰 은혜를 받았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사모님이 그렇게 중환 환자인 것을 알지 못했었습니다. L 사모님을 필자가 귀하게 여기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보통 사람이 그 정도의 몸이면 사명을 포기하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L 사모님은 자신에게 임한 질병이 현대 의학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난치병임을 아시면서도 죽음을 두려워하시거나 무서워하지 않으시는 것 같으셨기 때문입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의식하면서도 삶을 포기하지 아니하셨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죽으면 죽으리다는 각오로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셨습니다. 필자가 L 목사님과 사모님께 각별한 관심을 가진 것은 동병상련이라는 말처럼 필자의 아내도 오랜 세월동안 어려운 병상을 지켜 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L 사모님과 곁에서 내조하시는 목사님을 순간순간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아프신 사모님도 힘드시고 자녀들도 힘들지만 그 중에서도 곁에서 내조하시는 목사님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아픔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여러 차례 L 사모님이 위기를 당하고 계시다는 소식을 접하여 왔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주변의 동역자들이 위해서 기도를 이어오곤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입원한 병원 의사들이 더 이상 의학의 힘으로는 환자에게 도움을 줄 것이 없다는 판단 하에 임종예배를 드리게 된 것입니다. Zoom 화상을 통하여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해서 보내온 Zoom ID 번호와 패스워드 번호를 받고서 임종예배를 시작하는 시간에 연결하였습니다.

신기하게도 컴퓨터 화면을 통하여 중환자실에서 임종을 지키시는 남편 목사님과 사모님이 보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예배를 주관하시는 목사님이 계셨습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여러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같은 시간에 함께 예배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진 것입니다.

우리 시대 과학이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지 놀랍기만 합니다. 존경하는 L 목사님! 그동안 사모님을 위하여 수고하신 모든 것을 주님이 받으신 줄 믿습니다. 이 시대 우리가 해야 할 주의 일은 복음 전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어려움 당할 때 온 힘과 정성으로 가족의 아품에 참여하는 것도 주의 일인 것입니다.

주님이 맡겨 주신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의 십자가를 끝까지 지시고 잘 인내하시어 사모님을 천국으로 입성케하신 수고를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시고 목사님과 자녀들에게 큰 위로로 함께 하실 것을 믿습니다. 우리에게 섬김의 본을 보여주신 목사님께 다시 한 번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6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