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바꾸어 놓은 장례문화

지난 5 월 5 일은 화요일이었습니다. 당일 오후 3 시에 Hollywood Forest Lawn에서 필자와 같은 노회를 섬기는 멕시코 한인교회 담임 Ahn 목사님의 어머니가 89세로 세상을 떠나시어 장지에서 행하는 하관식에 참석 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많은 동역자들이 장례식장에 참석해서 유가족을 위로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기가 시기이니 만큼 장례식장에 참석할 수가 없었습니다. 장의사에서 장례식장에 참석하는 인원수를 10명 이내로 제한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지침은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관할 시의 강력한 행정명령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Ahn 목사님의 가족도 숫적인 제한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가까이 지내던 동역자 중 누구도 장례식장에 참석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필자도 장례식장에 갈 수가 없어서 시신을 매장하는 장지로 가서 하관식 만이라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슬픔 당한 유가족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목회자로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수많은 장례식을 집례도 하고 참석도 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쓸쓸하고 외로운 장례식을 이전엔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여러 가지 어려운 일 가운데 가장 슬프고 힘든 때는 사랑하는 가족을 죽음으로 잃게 되었을 때입니다. 그래서 장례식은 어떤 예식보다도 평소 가까이 지내오던 주변의 많은 이웃의 위로가 절실하게 필요한 예식입니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가족을 읽고 큰 슬픔에 처한 유가족들이 슬픔을 극복하는데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19가 슬픔당한 가족들까지 큰 고통에 빠지게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이러한 외롭고 쓸쓸한 장례식을 바라보는 교회의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이 있습니다.

코로나 19 기간 동안 반드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타주에 사는 자녀들이 부모님의 장례식에 참석지 못하므로 평생 동안 큰 슬픔을 가지고 살아가게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필자가 오늘 하관식을 멀리서나마 참석하여 유가족을 위로할 수 있음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장지인 Rose Hills 공원묘지에선 하관식에 참여하는 가족의 숫자를 2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예전처럼 하관하는 절차를 유가족들이 지켜볼 수도 없게 하고 있지만 Hollywood Forest 공원묘지는 유가족들이 하관하기 까지 지켜볼 수 있게 허락되었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지 아니하는 코로나 19의 위력이 전 세계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갈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의 경계를 얼마나 어디까지 변하게 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어느 분의 말이 기억이 됩니다. 미국의 최강의 무기와 핵보다 더 무서운 것이 코로나 19의 위력이라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장례식에서 유가족들에게 위로가 되는 마지막 시간은 모든 예식을 마친 후 식당에서 예식에 참석한 이웃들과의 애찬을 통한 위로와 교제의 시간인데 이러한 모임까지도 코로나 19가 빼앗아가고 말았습니다. 그로인하여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주위로부터 위로 받지 못하는 아픔을 더하게 하는 것입니다.

금번 코로나 19로 인하여 우리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아니하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임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나의 삶, 우리의 삶에서 가정 우선해야 할 것은 성공도 아니고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며 하나님이 주신 건강과 가정을 지키는 것임을 알게 했습니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반을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은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돈이나 명예는 있다가도 없으며, 없다가도 있을 수 있으나 나의 건강, 우리의 건강은 있을 때 잘 유지하고 지키지 아니하면 잃은 후 다시 찾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담당 의사가 필자에게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외출을 삼가시고 방콕 하시어 이번 위기를 반드시 극복하셔야 합니다. 나의 건강은 남이 지켜주지 아니합니다. 나의 건강, 가족의 건강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의 코로나 19 위기를 인내와 지혜로 잘 극복하시는 모두가 되시길 축복합니다.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sub_read.html?uid=26519&section=section3&secti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