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 207 할아버지 할머니 너무너무 사랑합니다!

지난 월요일에 생각지 못한 아름다운 메일을 한통 받았습니다. 큰 딸의 세 손녀들이 사랑의 메시지를 담아 보내온 카드였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너무 너무 사랑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카드를 읽고 나서 달력을 보았더니 지난 13일 주일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을 기리는 날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매년 이맘때면 비슷한 내용의 카드를 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이전에는 딸이 카드를 준비하고 손녀들이 카드 모퉁이에 간단하게 사랑의 내용을 적은 것을 보내왔습니다. 이번에는 아닙니다. 딸과는 상의하지 아니하고 어린 세 손녀들이 의논하여 마음을 모으고 정성으로 준비해서 카드를 보내온 것입니다.

카드 안에는 세 손녀들이 작은 고사리 손으로 직접 쓴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내용의 글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세 손녀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세월의 빠름을 느끼며 변해 가는 모습에 때마다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엄마(딸)도 아이들이 할아버지에게 카드를 보낸 사실을 모르고 있었나봅니다. 그래서 보내온 예쁜 카드를 사진에 담아 잘 받았다는 뜻으로 딸에게 카톡 메시지로 보냈습니다. 잠시 후 딸에게서 이런 내용의 답신이 왔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세 손녀 중 나이가 가장 어린 막내딸의 방에 들어갔다가 놀랬다는 것입니다.

자기 방에서 혼자서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딸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울 이유가 전혀 없었는데 울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왜 우느냐고 물어본 것입니다. 어린 나이 이기에 홀로 울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친구들과 싸워서 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언니들과 싸우고 우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엄마의 다그치는 물음에 손녀는 말을 하지 못하고 계속 눈물을 흘리면서 종이에 자신이 우는 이유를 이렇게 쓰고 있었던 것입니다. “I was missing sweet 할머니” 할머니 생각에 울고 있다는 것입니다. 할머니가 명을 달리한지가 벌써 3 년이 지났습니다. 아이들에게 3 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다른 두 손녀들은 할머니의 기억을 잊어가고 있었는데 어린 막내는 아직도 할머니와의 길지 않는 추억 속의 사랑을 잊지 못해서 홀로 울고 있었던 것입니다. 세상에 없는 할머니 때문에 울고 있는 것을 엄마에게 조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자기 방에서 홀로 울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는 이유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해서가 아니며 누구와 싸워서 우는 것도 아니고 오직 추억 속에 남아 있는 사랑하는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엄마도 그 글을 읽고서 어린 딸을 부둥켜 앉고 함께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하였을 뿐 아니라 며칠 후 이를 듣는 필자의 가슴을 먹먹케 했습니다.

속담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는데 비록 명을 달리하여 세상에서 다시 볼 수는 없지만 하늘에 먼저 가 있는 할머니에 대한 어린 손주들의 마음에 그리움으로 인한 눈물을 흘리게 한 삶을 살았다면 할머니의 삶은 후회 없는 삶을 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작은 딸의 가족은 알라스카에 살고 있지만 큰 딸의 가족은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큰 딸의 가족은 자주 만나는 편입니다. 9월 하순에 만나기로 했는데 어린 손녀는 이 말을 엄마로부터 전해 듣고 카드 말미에 이런 글을 썼습니다. “I can not wait till I see You again”

“여호와를 경외하며 그 도에 행하는 자마다 복이 있도다, 네가 네 손이 수고한대로 먹을 것이라 네가 복되고 형통하리로다, 네 집 내실에 있는 네 아내는 결실한 포도나무 같으며 네 상에 둘린 자식은 어린 감람나무 같으리로다” 시128편 1 – 3 절의 말씀입니다. 젊어서는 몰랐는데 나이가 들면서 아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받는 하늘의 복 가운데 가장 귀한 것은 가정의 복이라는 것입니다. 그중에서 귀하고 복된 것은 자손이 잘 되어가는 것을 보는 기쁨으로 이는 우리의 수고와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직 여호와를 경외함으로 받는 것이라고 시편의 기자는 자신의 체험을 간증으로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2020년 9월 15일 오후 1시
이상기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