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 209 “목사님! 추석 선물로 무엇을 드리는 것이 좋을까요?”

10 여일 전 교회를 섬기는 L 권사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이웃에 사시는 S 권사님의 부탁으로 필자에게 전화를 한 것입니다. S 권사님이 L 권사님에게 전화를 요청한 것은 우리 교회의 교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 때는 교회를 충성스럽게 섬기셨습니다. 그러다가 교회를 떠난 지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에 대한 사랑은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매해 추석 명절과 크리스마스가 되면 귀한 선물을 보내오곤 하십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일 년에 서너 차례 정성된 반찬을 만들어서 L 권사님을 통하여 보내오십니다. S 권사님이 단골로 보내오는 반찬 중 필자가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있습니다.

고추장 복음과 소고기 장조림, 그리고 새끼 감자조림과 여러 종류의 김치 등입니다. 반찬을 선물 받을 때마다 감동을 느끼는 것은 반찬에서 느껴지는 권사님의 사랑과 정성 때문입니다. 권사님은 손이 크셔서 반찬을 보내실 때 한두 번 먹을 양을 보내는 것이 아닙니다. 고추장 복음이나 장조림은 2-3달 먹을 양을 보내오십니다.

그래서 냉장고에는 S 권사님이 보내주신 사랑의 반찬이 늘 자리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권사님이 보내주시는 반찬을 좋아하는 것을 아시기 때문에 이번 추석 선물로 늘 하시던 대로 한국 배를 선물로 드리는 것보다는 반찬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필자에게 직접 물어보기가 미안하셨던 겁니다.

그래서 이웃에 사시는 L 권사님에게 부탁해서 목사님이 무엇을 원하시는 지 알아보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전화를 받고서 L 권사님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이제는 그만 하셔도 됩니다. 그 동안의 사랑의 선물이면 충분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S 권사님의 요즘 건강이 걱정스러울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나이 80을 넘어서면서 그렇게 건강하시던 모습이 매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걸으시는 모습이 힘에 겨워 보이시며 아직은 운전을 하시지만 그 불편한 몸으로 시장을 봐다가 오랜 시간 음식을 준비하려면 건강한 사람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을 전하시는 L 권사님에게 이제는 그만 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습니다. 얼마 전 어느 분이 고추장복음을 만드는 것을 곁에서 우연히 지켜본 일이 있습니다. 두 서너 시간을 불 곁에 서서 계속 나무 주걱으로 쉬지 않고 저어야 완성이 되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건강한 사람도 힘든 것임을 알았습니다. 필자가 권사님의 고추장 복음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고추장 복음에 들어가는 특별한 양념 때문입니다. 통깨와 함께 얇게 다져진 소고기 그리고 잣을 듬뿍 넣어 버무려 볶아진 고추장은 맛도 맛이지만 영양도 만점이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지금까지 먹어본 고추장 복음 중에서 이런 것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복음 고추장 한 숟가락에는 잣이 20여 개나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 고추장 복음이 아니라 잣 깨소금 소고기 고추장 복음이라고 해야 맞을 겁니다. 10 월 1 일은 추석입니다. 일주일 전 수요일에 S 권사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선물이 준비되었으니 집에 가시는 길에 다녀가시라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분에 넘치는 양을 선물 받았습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사랑의 선물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새끼감자 조림과 시원한 국물김치를 한 대접 밥도 없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두 시간 후에는 국수를 삶아서 국물김치에 말아 먹으면서 권사님의 사랑과 정성을 감사하며 크게 행복해 했습니다. S 권사님은 젊어서 교육가로 한국에서 사시다가 중년에 미국에 오셨습니다. 권사님에겐 Nick name이 있습니다.

천사 같은 권사님입니다. 권사님과 30여년을 지내오면서 단 한 번도 남을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화난 얼굴도 본 일이 없습니다. 큰 소리로 말을 하는 것도 듣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조용히 그리고 미소를 담고 계셨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권사님에 대하여 하는 말은 천사 같은 분이라는 것입니다.

이웃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라는 삶의 모범을 보이시는 권사님이십니다. S 권사님! 곁에 계셔 주셔서 감사합니다. 권사님의 삶을 통하여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함을 보여 주시며 기독인의 바른 삶을 가르쳐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남은 생애를 통하여 하늘에 더 큰 상을 예비하시며 더 건강하시고 행복한 삶을 사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 드립니다.

9월 30일 2020년
이상기목사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26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