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 230 목사님은 행복한 목사님이십니다!

40년 동안 동일한 지역에서 같은 교단에 속한 동역자로 교제를 이어가고 있는 절친한 친구 목사님이 계십니다. 오랫동안 한결 같은 마음으로 변하지 아니하고 지금까지 교제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목회 연수도 비슷하고 나이도 같고 자녀들의 숫자(일남이녀)도 같으며 손자녀들의 숫자도 같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정기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목회 정보를 교환하며 서로의 기도 제목을 나누고 함께 가벼운 운동을 하기도 합니다. 지난주는 세 목사님 부부가 가까운 산을 오르기도 했습니다. 구슬땀을 흘리며 언덕진 산등성이를 돌다가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서 나무 그늘에 서서 쉬고 있을 때였습니다.

친구 목사님이 갑자기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목사님은 우리 중 행복한 목사님이십니다” 그것을 아십니까? 갑작스런 질문을 받고 아멘이라고 입으로 말하며 머리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왜 그런 장소에서 그 말을 하시는 의도가 무엇일까를 생각했습니다. 이상한 것은 그 말이 뇌리에서 사라지지가 않았습니다.

하산 하는 동안에도 그 말이 반복해서 울림으로 들려지는 것입니다. 그 밤에 깊은 잠에서 깨어났는데 다시 “목사님은 우리 중 가장 행복한 목사님이십니다“는 말이 잔잔하게 귓가에 메아리치고 있었습니다. 친구 목사님은 왜 필자가 행복한 목사인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하고 있으셨습니다.

주변의 동역자 중에서 한 교회를 40년 이상 섬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교회가 빚이 없이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가정의 복, 자손의 복을 받으셨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말이라면 Lip service로 여길 수도 있지만 존경하는 친구의 말이기에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잠에서 깨어서 친구 목사님의 말을 조용히 음미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목회 초년 시절엔 지금처럼 Long run을 하리라고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지난 40년 동안 부족한 종을 도우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는 제가 잘나서가 아닙니다. 내가 특별해서도 아닙니다.

목회 성공의 비결은 좋은 교인을 만나는 것입니다. 목사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좋은 성도를 만나지 못하면 성공적인 목회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제게 하나님을 크게 사랑하시며 하나님께 사랑을 크게 받는 성도님들을 보내 주셨습니다. 지금도 필자가 섬기는 교회에는 30년 이상 되신 분들이 계십니다.

특별히 감사한 것은 아들 같은 젊은 목사로 목회 경험이 전혀 없는 안수 받은 지 2달 밖에 되지 아니한 저를 설립 당시부터 36년 동안 변함없이 충성스럽게 섬겨주시다가 주님의 나라에 가신 고 김시철 장로님의 은혜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장로님은 36년 동안 한 번도 공적 예배에 빠진 적이 없으셨습니다.

다음으로 행복한 목사인 이유는 필자가 섬기는 교회가 빚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요즘 팬데믹으로 교회마다 재정적으로 어려움 당하지 아니하는 교회가 없습니다. 교회가 재정적으로 어려움 당하면 크게 걱정하는 사람은 교회 재정을 집행하는 재정부장 장로님과 교회를 담임하시는 목사님이십니다.

30여 년 동안 교회 건물 페이먼트로 어려움 당한 경험이 있었기에 그렇게 말씀하시는 의도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재정이 어려워도 건물 페이먼트는 미룰 수 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목사님께 지불되는 목회비도 여러 달씩 건너뛰어야 하는 때도 있었으며 때로는 목회비의 작은 일부를 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엎드려 기도했습니다. 주님! 제가 받지 못한 것 자손들에게 갚아주시되 복리에 복리를 계산하고 더하시어 자녀들에게 주시길 수십 년 동안 반복해서 기도해 왔었습니다. 그랬더니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받으시고 자녀들에게 복에 복을 더하시는 것을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축복하셨습니다.

이를 아는 친구 목사님은 기도하실 때마다 이 목사님의 받은 교회의 복과 가정의 복과 자손의 복 주시길 기도하신다고 말씀하십니다. 행복한 목회를 받고도 자랑이나 교만으로 비쳐질까 말하지 못해온 필자에게 “목사님은 우리 중 가장 행복한 목사입니다”라고 말해 준 친구 목사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2021년 2월 17일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