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 254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사고의 순간!

지난 8 월 11일 수요일은 필자가 사는 남가주가 매우 더운 날이었습니다. 교회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땀을 식히기 위해서 목욕실로 들어갔습니다. 그 집에서 산지도 30여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렇게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나고 마는 것입니다.

목욕탕에 들어서자마자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면서 비누거품을 몸에 바른 후 다시 찬물로 몸을 씻는 순간 아! 하는 외마디 비명 소리와 함께 비누거품에 미끄러져 머리는 뒤로 젖혀지고 두 다리는 공중으로 오르는 것을 느끼는 순간 심한 통증과 함께 왼쪽 정강이 벼 아래에 상처가 나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급히 탕 밖으로 나와 피가 흐르는 상처의 깊이를 살펴보니 병원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별히 2-3년 전 심장 혈관에 스탠트를 넣은 후 피를 묽게 하는 약을 매일 먹고 있기에 피가 흐르면 지혈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처를 봉합하기 위해선 몇 바늘 정도는 꿰매야 할 것 같았습니다.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면서 교우 중 전문 의료인으로 일하시는 분께 전화로 상담을 급하게 했습니다. 응급실로 가는 것이 옳은 일입니까? 당연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제게 몇 가지 질문을 하셨습니다. 넘어진 머리의 상태와 다리뼈의 상태를 물으셨습니다. 다리뼈에는 통증이 없지만 머리 뒤쪽에 이상증세가 느껴졌습니다.

손으로 더듬어보니 뒷머리 아래쪽이 동그랗게 부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하면 그런 내용을 소상하게 알려주라고 하셨습니다. 응급실은 언제나 기다리는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제 앞에도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가 다섯 명이 있었고 엠브란스 자동차가 환자들을 계속 실어 나르고 있었습니다.

기다린 지 한 시간 여 만에 진료실에 들어섰습니다. 간단한 절차를 마치고 먼저 안내 받아간 곳은 X-ray를 촬영하는 방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상처 난 부위의 뼈 사진을 4 장 촬영한 후 다음으로 간 곳은 Pet-Scan 하는 곳에서 머리 촬영을 했습니다. 그런 다음 진료실로 갔습니다. 치료가 빠르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촬영결과는 1시간 여 만에 나왔습니다. 감사하게도 머리와 다리뼈는 정상으로 판명되어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강이뼈 아래 상처 난 부분만 치료하면 곧 바로 집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치료하는 분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이정도 상처면 몇 바늘 정도나 꿰멜겁니까?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궤멜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상처 부위에 소독을 하고 치료약을 바른 후 치료용 강력구루를 바르고 상처 부위를 커버할 수 있는 크기의 밴데이지를 바르면 된다고 하면서 그 상태로 상처 부위를 물에 담그지 아니하고 샤워는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응급실에서 3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번 일로 다시 한 번 미국의 의료제도에 대해서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 특별하게 느낀 것은 병원이 우리의 일상에서 멀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응급실이 존재하는 것은 나의 생명을 위기에서 구하여 내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게 하셨습니다.

오래전에 한국에서 여러 병원에 입원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신촌의 세브란스 병원에만 6-7번, 길게 입원해 있었던 때는 40일 동안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 때의 경험으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아니하는 것은 병원에 입원 할 때마다 입원비를 선불해야 했던 일입니다.

그런데 누구하나 입원비를 말하는 자가 없었습니다. 치료비를 말하는 자가 없었습니다. 병원에 들어갈 때도 나갈 때도 돈에 대해서 말하는 자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보험이 있느냐고 물어보는 직원도 없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요? 그것은 응급실에 들어가면서 카드에 기록한 내용 때문일 겁니다.

응급실에 비치된 신상명세서 카드는 간단했습니다. 1) 이 병원에 오신 적이 있었습니까? Yes
2) 이름과 생년월일 / 3) 주소 / 4) 응급실에 온 이유 / 5) Social secret number 이 내용만으로 응급치료를 받고 3시간 만에 집으로 왔습니다. 치료비에 대한 내용은 Medicare Statement를 통하여 보게 될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미국에 살게 하신 주님의 은혜를 더욱 크게 감사하게 됩니다.

2021년 8월 13일
이상기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