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 263 특별한 식사 대접을 받았습니다.

지난 12 월 14일 일일 평균 강수량으로는 남가주에 133여년 만에 큰 비가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이곳에선 그런 비를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날 최근 현역에서 은퇴하신 K 목사님이 저와 친구 목사님 4 부부를 식당으로 초대해 주셨습니다. 3 년 전에 발간한 필자의 자서전을 읽고서 꼭 만나고 싶다고 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친구 목사님들과는 오래전부터 교제가 있어왔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저 이름만 듣고 알 정도여서 가까이 뵙고 대접받는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마음 같아선 현역에 있는 저나 친구 가 대접하려 했지만 한사코 거절하셨습니다. 어느 덧 우리도 은퇴를 준비하기에 은퇴하신 선배님들 앞에선 고개가 숙어지게 됩니다.

K 목사님은 식사 중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은퇴 목사의 덕목중 중요한 것은 후배 목회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지갑을 자주 열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마 7 장 12절에서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러나 아는 것을 실행하기가 마음처럼 쉽지가 않은 것은 은퇴자의 지갑이 두둑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시고 우리에게 큰 기쁨을 선사해 주신 목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본을 보이신 대로 우리도 후배들에게 다가가 지갑을 열 것을 다짐해 봅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존중히 여김을 받기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원한다고 타인으로부터 존중히 여김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이웃을 자기 몸처럼 돌보고 사랑하며 섬기지 아니하고선 절대로 그런 대접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씨앗과 같아서 뿌린 자가 거두는 것과 같습니다.

또 다른 특별한 대접은 다음 날 이었습니다. 이 달에 교회 지붕 공사를 마치고 나서 그 날부터 교회 건물 외부 페인트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공사를 맡은 인부들은 3 명의 멕시칸이었습니다. 첫날 점심때가 되었습니다. 일하는 분들이 점심 식사를 위해서 교회 인근에 있는 한국식당에 음식을 사러 갔습니다.

음식을 사러 가면서 자신들 것만 사러 가는 것이 아니라 필자와 교회 공사 책임자 집사님의 점심까지 순두부찌개 5 인분을 주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소리를 곁에서 듣고서 우리가 일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점심을 대접해야지 어떻게 대접을 받을 수 있느냐고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에게 점심 대접을 받는 것이 미안해서 다음 날 점심은 우리가 대접하겠다고 했습니다. 3 년 전에 옮겨온 지금의 교회 건물이 90여년의 역사를 가진 건물이고 이전에 30년 이상 사용해 오던 건물도 95년 이상 된 오래된 건물 이었기에 여러 번의 공사를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 많은 공사 중에도 이번처럼 일하는 분들에게 식사를 대접 받아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한국음식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김치, 짬뽕, 짜장면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축복 가운데 제일가는 것은 예수님과의 만남입니다. 다음으로 좋은 것은 좋은 사람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만나야 할 사람을 정한 때에 만나지 못하면 그로인하여 많은 상처와 아픔을 당하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처음도 그러하지만 결과도 아름답습니다. 이번에 교회 지붕 공사를 위해서도 숙련된 일꾼들을 만나게 해 주셨을 뿐 아니라 페인트를 위해서도 선한 일꾼들을 보내주셨습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성탄의 때를 맞추어 주님의 몸 되신 교회를 아름답게 단장해 드릴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어린 시절 고향에서 명절에 색동옷을 입고 좋아했던 때를 연상하면서 우리 주님도 기뻐하실 것을 생각하니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1년 12 월 16일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