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 272 정필도 목사님의 소천 소식을 접하고서!

얼마 전 교계 신문을 인터넷으로 읽다가 부산 수영로교회 설립 목사이셨던 존경하는 정필도 목사님이 82세의 나이로 지난 3월 21일 부산동아대병원에서 하나님의 나라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필자가 고 정필도 목사님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1981년 봄으로 41년 전 이었습니다.

교회를 설립하고 몇 개월이 지나지 아니했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시던 당시 동양선교교회 협동장로님이셨던 박계로 장로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한인 타운에는 지금처럼 한인 교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사위 목사가 Los Angeles를 방문했는데 설교할 교회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목사님으로 부산지역에서 제일가는 교회로 자리하고 있지만 당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 장로님이 섬기시는 교회에서도 설교자로 세우심을 받지 못하셨습니다. 당시 필자의 교회는 20여명이 모여서 미국인 교회당을 빌려서 그것도 낮 예배를 11시에 드리지 못하던 때였습니다.

미국인 교회가 예배를 마치고 난 오후 1시 반에 주일 낮 예배를 드리던 때 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 강사를 모신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때였습니다. 전화로 부탁하시는 박 장로님에게 교인이 너무 적고 예배 시간도 11시가 아니고 오후 1시 반이라고 말씀을 드렸지만 그래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필자가 섬기는 교회가 처음으로 외부 설교자를 모시고 예배를 드렸습니다. 정 목사님은 예배 시간에 부산에서 교회를 개척하셨을 때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매일 새벽 기도를 마치고 나면 여호수아가 여리고성을 돈 것처럼 교회당 주변 땅을 밟으며 성전의 터를 넓혀 가셨다고 간증하셨습니다.

당시 필자가 섬기는 교회가 교회당 건물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정 목사님의 간증이 감동이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기도하기를 시작했습니다. 부산 수영로교회 정필도 목사님의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 아버지, 우리 교회의 기도도 들으시고 교회 건물 주시길 기도했습니다.

주일 새벽 기도회를 마치고 나면 새벽 기도에 참석한 교인들이 교회당 주변을 여리고 성을 도는 것처럼 기도하기를 4년 동안 계속했습니다. 어느 날 미국인 교인들이 우리의 이러한 행동을 보았습니다. 왜 새벽 기도를 한 후 교회당 주변을 도느냐고 물어온 것입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대답을 했습니다.

이 교회당 건물을 우리에게 주시길 기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인 교회도 건물을 매각하고 다른 곳으로 이전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이 되어 양 교회가 건축위원회를 구성하고 매입 절차를 6개월 간 협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에스크로를 오픈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우리교회와 같이 작고 힘없는 교회가 어떻게 건물을 살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목사도 가난하고 장로님도 가난한데 에스크로스가 끝나면 그 많은 다운페이먼트를 누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의견이 나올 때마다 우리는 약하고 가난하지만 전능하신 하나님의 도우심을 믿고 기도하자고 했습니다.

결국 건축헌금을 작정하는 과정에서 교회가 큰 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상당수의 교인들이 교회당 구입을 반대하면서 교회를 떠나갔습니다. 사방에서 교회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당시의 절망감을 무어라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미국교회에 이 같은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지난 4 년 동안 성전 건물 주시길 위해서 우리가 반복해서 기도한 것을 외면치 않으셨습니다. 너희가 무엇이든지 구하라 그러면 주시리라는 말씀은 진리였습니다. 정필도 목사님의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이 우리의 기도도 받으셨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구한 건물보다 더 좋은 건물과 장소를 예비하시고 기적 같은 은혜로 우리를 인도하셨습니다. 건물 구입을 포기하고 두 손을 놓은 지 두 달도 되지 않아서 새 성전으로 입당케하셨습니다. 평강교회가 건물을 구입하는 것은 홍해가 갈라지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적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때 정필도 목사님의 간증을 듣지 못했더라면 성전 건물을 위해서 기도하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성전 건물의 축복도 없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늘 정 목사님께 받은 은혜를 잊지 못하고 감사하는 것입니다.

2022년 3월 22일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