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 273 목회에 큰 힘이 되어준 아름다운 이름들!

하나님의 크신 은혜로 살 어름 위를 걷는 것 같았었던 42년 동안의 긴 목회 여정을 7-8 개월 남기고 평강교회를 이끌 제2대 담임목사를 선정하고 은퇴를 준비하면서 지난 온 목회 여정 가운데 오늘의 우리 교회가 있기까지 아름다운 믿음의 자취를 남겨주신 분들을 기억하면서 감사의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첫 번째로 Paik, Y H and Paik, S K 집사님이십니다. 교회설립 회원 중 한분이셨던 이갑제 권사님이 Paik 집사님 집에 거하시며 가사를 도와주셨습니다. 이 권사님은 신실하시며 기도를 많이 하셨던 분이셨습니다. 권사님이 집안일을 하시는 동안 Paik 집사님 부부는 권사님을 통하여 큰 감동을 받으셨습니다.

권사님이 가사 일을 하신 지 3개월 만에 Paik 집사님 가정이 저희 교회를 출석하셨습니다. 그런데 놀란 것은 Paik 집사님이 교회를 출석하시면서 모두가 놀랄 정도로 헌금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당시는 교인수도 작았고 십일조를 하는 분들이 많지 않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집사님의 가정에서 십일조를 하셨습니다.

십일조를 하시면서 부인 집사님이 특별한 부탁을 하셨습니다. 남편이 십일조 하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무명으로 주보에 게재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교회 제정의 40% 정도를 Paik 집사님 가정에서 담당하실 정도였습니다. 집사님은 세탁소와 식당을 운영하셨고, 남편은 직장에서 중역으로 일하고 계셨습니다.

그렇게 교회를 섬기던 중 어느 날 부인 집사님이 상담을 요청해 왔습니다. 상담의 내용은 지난 2년 여 동안 비밀에 부쳐왔던 십일조 바치는 것이 남편에게 발각이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로 인하여 부부 사이에 다툼이 있었답니다. 계속 십일조를 바친다면 남편은 교회 출석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부인 집사님은 십일조를 드리는 것은 성도가 양보할 수 없는 것으로 어떠한 시험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하나님께 드려야만 하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신 듯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잠시 묵상 기도를 마친 후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헌금도 중요하지만 가정의 평안도 중요합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하나님께 바치는 십일조를 드릴 때 남편의 뜻을 존중해 함께 상의해서 바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제 목회의 첫 실패한 상담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 다음부터 집사님의 가정은 십일조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부부는 두어 달 교회 출석을 하시다가 이후에 교회를 떠나셨습니다.

그런 Paik 집사님을 남다르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비록 교회를 떠나셨지만 부인 집사님은 특별하셨습니다. 집사님이 교회를 떠나가신 후 다시 오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해 왔지만 다시 오시라고 권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교회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당할 때 도움의 전화를 몇 번 했습니다.

그것도 교회를 떠나신지 잠시 후가 아니라 십 수 년이 지났을 때도 그러했습니다. 얼마나 다급하고 상황이 어려우면 교회를 떠나간 교인에게 담임목사가 전화를 하겠습니까? 정말로 망설이고 주저하다가 하는 수 없이, 달리 재정 위기를 극복할 방법이 없어서 체면을 불구하고 어렵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지금은 교회 건물 페이먼트가 없어 주변 분들의 말처럼 빚이 없는 교회가 되었지만 지난 30여 년 동안 건물 페이먼트로 인한 압박을 반복해서 당해 왔었습니다. 은행이 정한 날짜에 페이먼트를 지불하지 못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교회에서 가장 힘들어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교회 재정을 담당하시는 장로님과 담임목사입니다. 필자의 전화를 받은 부인 집사님은 왜 교회를 떠나간 교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시느냐고 말하지 않으셨습니다. 한 번도 교회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으셨습니다. 필자가 어렵게 전화하는 것을 아시기에 도리어 전화 해 주셔서 감사하시다는 말씀과 함께 필요한 액수를 즉시 전달해 주셨습니다.

그런 신실한 믿음의 종님들이 계셨기에 오늘의 평강교회가 있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2022년 4월 5일
이상기 목사
크리스찬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