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 274 목회에 큰 힘이 되어준 아름다운 이름들(2)

지난 칼럼에 이어 Paik 집사님에 대한 이야기를 더 남기고 싶습니다. 교회를 떠난 지 오래된 집사님에게 긴급한 교회의 재정적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분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분은 그런 믿음과 신뢰를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으셨습니다. 그 집사님은 그런 분이셨습니다.

벌써 40년 전 일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제게 두툼한 봉투를 하나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이 돈으로 성지를 다녀오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자신도 성지를 가보지 못했지만 설교하시는 목사님은 성지를 다녀오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떤 영문으로 이 돈을 주시는지를 물었습니다.

자신이 경영하는 식당에서 6 개월 동안 기간을 정하고서 팀으로 모아진 것을 목사님의 여행경비로 모았다는 것이었습니다. 40년 전에 2000불은 작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그 당시 한인 타운에 집을 사려면 다운 페이먼트로 지불할 수 있는 돈이었습니다. 그 돈을 받고 너무 놀라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이지만 손님들에게 봉사하고서 얻은 작은 팁을 6 개월 동안 모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돈을 모을 때 생각 없이 모은 것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으로 모았습니다. 담임목사님의 성지 순례 비용으로 모은 것입니다. 세상에 누가 나를 위해서 이런 일을 할 수 있습니까?

정말로 생각도 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교회 형편으로 그 돈을 가지고 즉시 성지 여행을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회와 상의해서 그 헌금을 교회에 적립을 하고 언제고 성지 여행을 떠날 때에는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 약속이 실행 된 것은 그로부터 20년 이 지난 후 이었습니다.

교회 설립 20주년을 기념하면서 Paik 집사님 이름으로 성지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한 달 전 여행사를 통하여 모집된 여행객이 40명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과의 전쟁 소문이 난 것입니다. 그 일로 출발 일주일 전까지 예약된 모든 예약이 취소되었습니다.

출발하기 수일 전 여행사 담당자가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이번 여행에 위험이 있으니 다른 분들처럼 여행을 취소하고 다음 기회가 되는대로 다시 일정을 조종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나 혼자라도 여행을 가겠다고 고집했습니다. 이유는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이스라엘 정부를 믿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시민권자가 자국을 방문할 때 자국민 이상으로 여행자의 신분과 안전을 보장해 줄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여행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예약된 40명 중 떠나는 날엔 혼자만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현지에 도착해 보니 상황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사방에서 총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로인하여 성지를 방문하려는 세계인의 발길이 끊겼습니다. 예루살렘은 물론 모든 관광지가 기다림 없이 텅 빈 상태로 비어있어 어디를 가든지 기다림 없이 즉시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일로 크게 은혜를 받은 곳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셨던 곳입니다.

그곳은 예수님의 무덤이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많은 사람이 방문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언덕진 곳을 오르고 내리는 길이 협소하여 많은 사람이 방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마다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그런데 그 날은 기다림이 없어서 필자도 그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나무 십자가가 세워진 곳은 바위가 움푹 패어 있습니다. 마치 페인트 1 갤론짜리 크기의 넓이와 깊이로 패어 있습니다. 그 공간에 나무 십자가가 세워졌던 것이며 그곳으로 예수님의 몸에서 흘러내린 피가 쏟아져 모였던 곳입니다.

그곳을 두 손으로 바닥을 쓸어 더듬으며 기독교가 우화의 종교가 아니라 역사적 종교라는 사실이 강하게 각인이 되었습니다. 우리를 위하여 흘리신 주님의 보혈의 능력 권세가 얼마나 위대하며 강한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은혜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하게 지금도 나에게 밀려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Paik 집사님의 희생과 헌신 감사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2022년 4월 5일
이상기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