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 284 골프를 치고 있어서 전화 받기가 그래요!

얼마 전 오래 된 교인에게 금요일 오전 11시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특별한 일이 있어서 전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 년에 한 두 차례 전화를 해서 가끔 안부를 묻곤 합니다. 창립 교인이셨습니다. 남편은 안수 집사도 받으셨었습니다. 그러나 30여 년 전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교회를 떠나셨습니다.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이 후론 한 번도 예배로 만나지 못하지만 가끔씩 안부를 주고받습니다. 가정에 어려운 일을 만나면 필자에게 기꺼이 도움을 요청하시곤 하십니다. 그럴 때면 위해서 기도로 주님께 간절하게 도움을 호소하곤 합니다. 교회를 떠나셨지만 목사와 성도의 관계는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교회를 떠나간 교인들이 이전에 다니던 교회와 목회자의 관계를 이어가길 원치 않지만 L 집사님은 그렇지 않으셨습니다. 언제나 주고받는 안부를 통하여 서로에게 기쁨과 감사를 주고받습니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처럼 한번 교인은 영원한 교인이라고 생각이 되기 때문입니다.

전화를 통하여 그 간의 지내온 내용과 가족의 근황 등을 묻고 전하기 때문에 쉽게 끊어지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언제나 반갑고 고마운 마음으로 받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몹시 불안해하며 어쩔 줄 몰라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왜 그러시죠? 무슨 일이 있으시나요? 목사님!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골프를 치고 있어서 전화 받기가 그러네요, 나중에 전화 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상황을 판단하고 감사하며 통화를 마쳐야 했습니다. 특별히 감사하게 된 것은 남편 집사님이 지난 수년간 어려운 병으로 생사의 위기에 처하셨었습니다.

그런데 두 분이 골프하시는 것을 보니 어려운 병에서 죽음의 경계를 벗어나 건강을 회복 중에 있는 것으로 판단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인 타운의 올드 타이머로 누구보다 성실하게 그리고 열심히 살아오셨습니다. 그런 삶을 알기에 주변의 많은 분들이 병으로 어려움 당하는 것을 보면서 안쓰러워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려움을 이기고 건강을 회복했으니 고맙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통화를 마치고 나서 골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필자는 골프장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연습장에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수개월후면 목회 일선에서 은퇴하는 것을 아는 후배 목사님들이 간절하게 권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제도 늦지 않으니 골프를 배우라는 것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하는 운동 중에 골프만한 것이 없다고도 강하게 추천하셨습니다. 한 두 분이 아니고 여러 분이 동시에 그런 권면을 하시기에 거절하기가 뭐래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만 그렇게 말하고도 5 개월이 지나도록 실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30여전 전의 일입니다. 교회 청년 회장 Y 집사님이 담임목사님의 건강을 위해서 골프를 하셔야 한다며 골프채와 구두 장갑 책 공 등 필요한 운동기구 일체를 필자에게 선물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목사님들 중 골프를 하시는 분이 지금처럼 만치 않았을 때입니다. 주위에서 부러워 하신분도 있으셨습니다.

그런데 그 때 실행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선물을 받은 그 날 저녁 청년회장 부인이 자동차로 사람을 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 일이 필자에게 주님의 계시처럼 느껴졌습니다. 필자가 골프를 치는 것을 주님이 허락지 않으시는 것이라는 강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어떻게 할까? 생각이 여러 갈래로 나누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후배 동역자님들의 권유대로 골프를 배우기 시작할까? 아니면 그만 둘까? 쉽게 골프 배우는 것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70이 넘은 나이가 걱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말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결정이 쉽지가 않습니다.

이상기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