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 285 의사가 좋은 직업은 아니죠!

지난 7월 20일은 수요일이었습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났을 때 오른쪽 눈에 통증이 왔습니다. 즉시 거울 앞에 서서 눈을 살피니 오른쪽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으며 눈 위쪽으로는 다래끼가 났을 때처럼 불편함이 느껴졌습니다. 이럴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했지만 특별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불편함 몸을 이끌고 교회로 향하는 길에 10여 년째 다니는 안과병원에 운전하던 차를 길가에 세우고 전화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필자가 가지고 있는 보험이 HMO이기에 먼저 주치의에게 전화해서 안과병원 방문 허락을 받으라고 해서 즉시 주치의에게 전화했습니다. 그러한 절차가 그렇게 빠르게 이루어지는 줄 몰랐습니다.

주치의 사무실 직원이 필자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 나서 곧 바로 안과병원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시간이 불과 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안과병원에 그 같은 사실을 알리고 언제 의사를 만날 수 있느냐고 했더니 두 시간 후 진료실로 나오라고 했습니다. 단 예약 손님의 진료가 끝이 난 다음에 진료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11시 반까지 오라고 했지만, 진료실에 도착한 것은 오전 10시 45분이었습니다. 진료실에는 언제나처럼 많은 환자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필자가 다니는 안과병원은 LA 한인 타운에서 환자를 사랑과 정성으로 잘 진료한다고 소문난 곳이기에 언제나 환자가 넘쳐났습니다. 환자들의 대부분은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이었습니다.

통증을 견디기 어려운 환자 중에는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힘들다고 직원에게 호소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예약 환자들의 대부분이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셨습니다. 그러니 필자도 의사를 만나기까지는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두 시간 이상 기다리는 동안에 의사 선생님이 분주하게 오가시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필자의 마음에 의사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의사는 쉬운 직업이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의 삶에서, 없어서는 아니 되는 고마운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많이 밀려드는 환자들을 같은 사랑으로 섬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의사라고 왜 피곤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왜 쉬고 싶은 마음이 없으시겠습니까? 그러나 정한 시간에 기다리는 환자들의 아픔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힘들어 쉬고 싶어도 마음대로 쉴 수가 없으신 겁니다. 그 생각을 하면서 의료인들에게 존경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을 더하게 되었습니다. 차례가 되어 2시간 여 만에 의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의사 선생님을 뵈올 때마다 드리는 인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한 인사는 “의사가 힘든 직업이시네요, 얼마나 힘드세요, 쉼이 필요하시겠습니다”라고 했더니 그에 대한 답으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네 의사가 좋은 직업은 아니죠” 그 말은 일반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쉬운 직업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의사만이 가지는 아픔과 고통이 있으시다는 말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환자들이 만족한 치료를 받고 고통에서 벗어나 밝은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환자들의 아픔을 도와주기 위해서 쉼 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며 실행하시는 모습에서 크게 감사하는 마음과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의사는 누가 될 수 있는가? 미국에서 의사가 되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필자의 둘째 사위가 의사가 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았기 때문에 미국의 의료제도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의사를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의사가 되는 길은 너무 길고 어렵습니다.

그 어렵고 힘든 과정을 통하여 의과대학에 입학을 허락 받았다고 다 의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내 모든 의과대학에서 1학년과 2학년이 지나는 동안 20%의 학생이 퇴교를 당합니다. 문제는 1년 다니다 퇴교를 다닐 때보다 2년 다니다가 퇴교를 당하면 평생 다른 직업을 가지고 살면서 수십 만 불의 학자금을 갚아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학생이 미국 내에서 다시는 어느 의과대학에도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과대학생들이 공부할 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죽기 살기 식으로 공부에 전념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나의 건강,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 지금도 일하시는 의료인들을 크게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이상기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