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론의 백향목
레바논의 백향목은 살아서만 수천년을 사는 것이 아니라, 죽어서도 수천년간 자리를 지킵니다. 예루살렘 성전에 백향목이 사용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지난 여름 레바논 대학에서 교수하셨던 이재훈 박사님 가족이 오만과 시리아를 여행하고 돌아오면서 필자에게 두 가지 선물을 주셨습니다. 유향과 물레방아가 힘차게 돌고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필자도 두 번의 성지 여행을 했지만 유향을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성경에서 유향을 읽을 때마다 어떤 모양일까 늘 생각했지만 직접 눈으로 보면서 손으로 만져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너무 귀한 것이기에 친구 동역자들이 모이는 장소에 나갈 때 유향을 조금씩 나누며 기쁨을 함께 했습니다. 유향은 마치 송진과 같은 것으로 중동지역에서는 오만에서나 구할 수 있습니다.
유향도 귀한 것이지만 필자에게 큰 감동을 준 것은 물레방아 사진이었습니다. 한국의 물레방아보다는 7-8배 정도 컸습니다. 마치 2층까지 집 크기라고 할까요. 그런데 물레방아의 크기때문이 아니라 그 물레방아의 나이가 1천년이 되었다는 사실이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천년이 되었는데도 어떻게 물레방아가 썩지 않았을까? 더 놀라운 것은 그 물레방아의 수명이 앞으로도 1천년 이상은 더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물레방아에 사용된 나무는 보통의 것이 아니라 레바논에서 나는 백향목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20여년 전 로마를 방문했을 때 필자가 감동 받은 곳이 있습니다. 로마의 많은 성당 중 스칼라산타 성당이 있습니다. 스칼라산타 성당이 유명한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빌라도 총독이 예수님을 사형에 처하는 재판을 할 때 성 금요일 이른 새벽에 총독 집무실로 끌려 오르고 내려오신 28개의 나무 계단을 옮겨다가 놓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칼라산타 성당은 다른 말로 성 계단 성당이라고도 불립니다.
이 나무 계단을 과연 누가 옮겨놓았을까요?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주후 326년에 예루살렘에서 이 나무들을 옮겨다가 교회 건물을 지었습니다. 교황청에서 이 성 계단이 있는 곳을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곳으로 지정했습니다. 지금도 그 성당 안에는 교황만이 사용하는 소 예배당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면죄부 판매가 처음으로 그곳에서 시작되었으며, 주후 850년에 교황 에로 4세가 산타스칼라 성 계단을 무릎으로 올라가는 사람의 죄를 사하는 의식을 시작하면서, 지금도 죄 씻음을 원하는 사람들이 무릎으로 그 계단을 오르고 있습니다.
한 계단을 무릎으로 오를 때마다 9년 동안 지은 죄의 속죄를 보증 받는다고 전해져,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 계단을 무릎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종교 개혁가 마틴 루터도 죄 씻음을 받기 위해 이 성 계단을 무릎으로 오르다가 로마서 1장 17절의 말씀인 “복음에는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니 기록된 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성 28개 계단에서 일어나 걸어서 내려와 종교 개혁의 불을 피웠습니다.
28개의 나무계단은 2천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필자도 계단을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 포기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신 올라가는 사람들의 뒤에서 성 계단에 두발을 잠시 올려보고 나무 계단을 자세히 보니 사람들이 무릎으로 올라가는 곳마다 깊은 자국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스칼라산타 성당의 28개의 나무계단이 이토록 오랫동안 보존되는 이유는 바로, 이 나무들이 레바논의 백향목이기 때문입니다.
레바논의 백향목은 살아서만 수천년을 사는 것이 아니라, 죽어서도 수천년 동안 자리를 지킵니다. 예루살렘 성전에 백향목이 사용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시편 92장 12에서 13절 말씀을 되새겨보면서 글을 마칩니다. “의인은 종려나무같이 번성하며 레바논의 백향목 같이 발육하리로다 여호와의 집에 심겼음이며 우리 하나님의 궁정에서 흥황하리로다”
크리스찬투데이 http://christiantoday.us/19870